청소년 국가대표 골키퍼가 축구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인생의 희로애락에는 "총량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어려움 없이 평탄한 삶을 살던 이들에게도 노년에 뜻밖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고, 어린 시절 힘든 시간을 보낸 이에게는 언젠가 아껴둔 행운이 몰아서 찾아오기도 하지요.

열흘 남짓한 시간을 두고 부모님을 연이어 잃은 이 소년 역시 친척 집을 전전하던 고달픈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 꽃길에 막 들어섰습니다. 원하던 축구 선수의 꿈까지 포기해야 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을 만나볼까요?

청소년 국가대표 상비군 골키퍼 출신이라는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미스터트롯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 노지훈입니다. 이미 2011년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한차례 주목받은 적이 있는 노지훈은 당시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당시 노지훈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축구를 그만두고 가수가 된 이유에 대해서 "가수가 되고 싶어서"라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 예능 프로에 출연해 털어놓은 그의 인생사는 그보다 훨씬 더 굴곡진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요. 부모님과 누나 둘을 포함해 다섯 식구이던 어린 시절 노지훈은 평범하면서도 화목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달리는 차 문을 열거나 큰 어항 속 물고기와 함께 놀고 싶다고 어항에 직접 들어가는 막내아들은 가족들의 걱정거리이면서도 귀염둥이였지요.

다만 4살 무렵 홀딱 벗은 채로 청테이프를 칭칭 감고 소독차를 따라 달리면서 "누나~"를 연신 외치는 바람에 누나가 아는 척을 하기 싫었다고 할 정도로 장난꾸러기였던 노지훈은 학창시절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철이 들었습니다. 중2 무렵 2년간 암으로 투병하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단 12일 만에 어머니까지 여의면서 하루아침에 부모 없는 고아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어머니 장례식 때도 마음 편히 울지조차 않았다는 노지훈은 당시 큰누나가 "지훈아 울어도 돼"라고 하자 "내가 울면 누나들이 무너지잖아"라며 고작 15살 아이라기엔 너무 일찍 철이 든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뿔뿔이 흩어져 친척 집을 전전하며 유년기를 보냈다는 삼 남매. 노지훈과 나이 차가 좀 있는 편인 누나들은 남동생에게 아버지이자 어머니가 되어주었고 학업도 포기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지요.

막내아들 노지훈 역시 그런 누나들을 보며 너무 일찍 현실적인 면에 눈을 떴습니다. 국가대표를 꿈꾸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한 축구는 노지훈에게 더 이상 자신의 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축구를 잘해야 장학생으로 다닐 수 있겠다'라는 생계수단으로 바뀌었습니다.  때문에 부상이나 몸 관리보다는 당장 눈앞의 성적에 집중하던 노지훈은 몸이 많이 망가진 데다 운동선수를 계속하기에는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너무 커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요.

학창시절 대부분을 축구만 알고 지내던 노지훈에게 운동을 포기하는 일은 심적으로도 큰 상처가 되었지만 다행히 그에게는 음악과 가수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자신에게 위로이자 희망이 되어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지훈은 2008년 KTQOOK TV의 스타발굴 프로그램 'U스타 오디션'에 참가했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덕분에 우승 혜택으로 노지훈은 드라마 OST에 참여해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지요.

막 스무 살이 된 노지훈에게 싱글 앨범 발매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였지만 계속해서 가수로서 활동을 이어갈 정도의 주목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정식 데뷔를 꿈꾼 노지훈은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탄생'에 도전했고 최종 8인에 드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오디션 이후 노지훈은 대형기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정식 계약하며 비와 세븐을 이을 남자 솔로 가수로 기대를 모았지요.

실제로 2012년 데뷔곡 '벌받나봐'를 통해 대중가요계에 정식데뷔하게 된 노지훈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비 선배를 넘어서는 가수가 되겠다"라며 당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나쁜남자를 컨셉으로 데뷔한 노지훈은 '벨트춤'이 포인트인 안무와 퍼포먼스까지 소화하며 주목받았는데요. 다만 이전까지 스위트한 이미지였던 노지훈의 파격적인 변신이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 노지훈은 오랜 기간 공백을 가져야 했습니다.

이후 노지훈은 발라드곡 '너를노래해', '니가 나였더라면' 등을 통해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부각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아쉬운 성적에 그친 노지훈은 큐브를 나온 이후 2017년 R&B곡 '안해도 돼'를 발매한 이후 또다시 원치 않는 공백기를 가지며 무명시절과 다름없는 시기를 지내야 했지요.

그리고 2019년 노지훈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가요계에 재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2019년 5월 트로트곡 '손가락하트'를 발매하면서 트로트가수로 변신한 것인데요. 당시 쇼케이스 현장에서 노지훈은 트로트가수로 전향한 이유에 대해 현 소속사 대표의 권유로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면서 "결혼하면서 인생에 책임감을 느꼈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가장으로서 무게감과 책임감이 생겼기 때문에 트로트에도 절대 가볍지 않고 진중한 태도로 임하겠다고 전했지요.

노지훈이 트로트가수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는 그의 아내는 레이싱걸 이은혜입니다. 두 사람은 6여 년 전 지인 집들이에서 우연히 처음 만났지만 당시 각자 연인이 있었기에 그저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 사이로만 지냈는데요. 2018년 신년회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불꽃이 튀었고 그날 바로 첫 키스를 한 후 다음 날부터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6년 동안이나 친구 사이로 지내며 쌓아온 신뢰가 강해서인지 두 사람은 연인이 되자마자 결혼을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를 넘기지 말자"라던 두 사람의 말은 현실이 되었는데요. 아들 이안 군이 생기는 바람에 결혼식은 생각했던 것 이상 속전속결로 진행할 수 있었고 2018년 5월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같은 해 11월 출산해 부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노지훈은 이전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라고 막연히 꿈꾸던 자신의 소망을 보다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고 현 소속사를 만나면서 트로트 장르로 전향했습니다. 게다가 마침 비슷한 시기에 찾아온 '미스터트롯'은 오디션에서 늘 좋은 성적을 받아온 노지훈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이돌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노지훈은 경연 초반 일부 편견에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결국 경연 동안 성장한 모습으로 장윤정 마스터에게 "실력이 외모를 완벽하게 누른 무대를 보여줬다"라는 극찬을 받으며 진정한 트로트가수로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1 대 1 데스매치에서 선보인 '당신'은 경연곡으로는 임팩트가 약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노지훈 스스로 "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고 노래"라며 진정성을 담아 부른 끝에 큰 감동을 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노지훈은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그래서 가정을 더 빨리 꾸리고 싶었다"라며 "이 세상 모든 아내, 어머니들에게 불러드리고 싶다"라고 무대의 의미를 전했지요.

최근 인터뷰에서 위대한 탄생 당시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노지훈은 "그때의 나에게 꿀밤이라도 때려주고 싶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일종의 스타병에 걸렸던 시기라며 자책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린 시기에 부모를 잃고 자신의 전부였던 운동까지 그만둔 소년에게 오디션의 스포트라이트는 '가수'라는 새로운 꿈에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신이 내려준 희망의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또 지금은 노지훈에게 기쁜 일이 생겨도 슬픈 일이 생겨도 늘 중심을 잡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다는 아내 이은혜가 있으니 더 이상 스타병에 걸릴 일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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