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에 공짜 타바코 소스로 배채우며 알바했다는 여고생의 현재모습

흔히 여배우에게는 그만의 아우라가 있다고 하지요. 화려한 이목구비와 종잇장 같은 몸매를 보면 정말 이슬만 먹고사는 다른 세상의 다른 종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민이나 유학을 통해 해외에 거주하다가 국내에서 데뷔한 배우들의 경우 왠지 모를 '귀티'와 함께 금수저의 포스가 풍기는데요.


데뷔 26년 차의 이 배우 역시 워낙 럭셔리한 분위기와 화려한 미모 덕분에 주로 부잣집 딸이나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의 역할을 맡아왔지요. 하지만 늘 화려해 보이던 그에게는 남모를 가난의 아픔이 있었다고 합니다.

화려한 미모와 도시적인 이미지로 남다른 아우라를 풍기는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한고은입니다. 데뷔 초 시트콤 'LA아리랑'에서 공주병 재미교포 '샤나'역을 맡아 남다른 매력을 발산한 한고은은 실제로 중학교 시절 이민을 간 이후 연예계에 데뷔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생활한 해외파인데요. 신인시절 한고은의 소속사는 럭셔리하고 도회적인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낸 이력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한고은에 대해 "송윤아의 도회적 세련미에 모델 이소라의 섹시함, 김희선의 천방지축형 발랄함을 한데 모은듯한 이미지"라며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낸 덕에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가세한다"라고 강조했지요.

하지만 이미지와 달리 실제 한고은의 이민생활은 럭셔리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 한고은 아버지의 의류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가난했던 한고은의 집안은 이민을 가서도 형편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요. 때문에 어머니는 주유소와 옷 가게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자매 중 둘째인 한고은 역시 어린 나이부터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책가방을 메고 학교만 가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한고은은 너무 가난해서 끼니를 때우기 힘들 정도였는데요. 매일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면서 식사를 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일본산 미니 컵라면 하나로 하루 식사를 대신하는 날이 대부분이었지요. 그조차도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스프를 반만 넣고 계속 물을 넣어서 먹어야 했던 한고은은 식당에서 무료로 주는 타바코 소스를 넣어 싱거운 간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한국라면이 비싸서 일본산 라면만 먹었던 한고은은 "한국라면을 먹고싶다"라는 소원과 함께 "알약 하나만 먹고 배가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요. 여동생 역시 같은 말을 하는 걸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하네요.

힘들게 학창시절을 보낸 한고은은 1995년 슈퍼 엘리트 모델 선발대회 출전을 계기로 한국에서의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 미스 남가주에 선정되어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언니 한성원은 미스코리아 '미'에 당선된 것에 반해 한고은은 슈퍼엘리트모델 선발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지요.

다만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언니 한성원은 모델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바빴고, 한고은은 입상자가 아님에도 'LA아리랑'을 비롯해 영화 '태양은없다'까지 캐스팅되면서 배우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태양은없다' 촬영 당시 한고은은 연기 경험이 워낙 없다 보니 한 장면을 촬영하는데도 수십 번 NG를 냈고 다행히 상대 배우인 정우성이 이에 대해 싫은 내색을 한차례도 하지 않았던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끝냈지요.

데뷔하자마자 연기 활동의 기회까지 얻은 한고은은 1999년 한 스포츠 의류의 광고를 통해 섹시한 매력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광고에서 한고은은 지하철을 기다리는 도시 여자의 분위기와 윈드서핑을 즐기는 건강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었고 해당 광고 이후 한석규, 류시원 등 당시 최고 스타들과 함께 각종 CF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CF퀸이자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진행까지 맡으며 대세 스타가 된 한고은은 아이돌스타와의 공개 연애를 시작하며 '쿨한 이미지'가 더욱 굳혀졌습니다. 다만 데뷔 직후부터 시작한 연기는 쉼 없이 꾸준히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많았는데요. 연기에 대한 공부나 무명시절 없이 처음부터 큰 배역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 독이 되어 연기의 부족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지요.

특히 발음과 관련한 비판을 받아온 한고은 2000년대 초반 늘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호명되었지만 인기상, 포토제닉상에 그쳤고 연기력으로 수상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2년 즈음부터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가지게 된 한고은은 본격적으로 연기공부를 시작했지요. 연기공부를 시작한 '이 시기'에 대해 한고은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하루아침에 혹평을 호평으로 바꾸지는 못했지만 따가운 질책과 비판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기 경험을 쌓아온 한고은은 2006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사랑과야망'을 통해 한층 성장한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작품이 방영되기 이전부터 캐스팅 논란에 휩싸였고 작품 초반 호불호가 갈려 언론을 뜨겁게 달구던 연기력 논란은 작품이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어 한고은의 연기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지요.

또 이듬해 드라마 '경성스캔들'에서는 한고은 만의 연기 스타일을 사랑하는 팬들도 생겼습니다. 해당 작품을 통해 한고은은 데뷔 후 처음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여자조연상'을 수상해 연기력을 인정받았지요.

이후 한고은의 연기력에는 더 이상 논란이 없었습니다. 한고은은 더 이상 CF퀸이나 모델출신, 혹은 섹시스타라는 호칭으로 불리지 않았고 작품마다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배우의 모습 그 자체로 성장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데뷔 20년 차에 접어든 지난 2015년 한고은은 결혼을 통해 또 한 번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사랑과 결혼에 대해 "미친 호르몬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는 한고은은 지금의 남편 신영수를 만난 이후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고 만난 지 단 101일 만에 결혼에 골인했지요.

결혼에 대한 생각 자체가 부정적이던 한고은의 마음을 순식간에 바꿔놓은 상대는 홈쇼핑 MD로 재직 중인 신영수입니다. 두 사람은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고 신영수는 한고은과 소개팅으로 만나기 전 카톡을 주고받을 때부터 이미 "이 여자와 결혼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반했는데요. 한고은 역시 첫 만남에서 신영수에게 반했지만 그가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서 오히려 "나한테서 도망가라. 좋은 사람 만나라"라며 밀어냈습니다. 다행히 신영수가 한고은의 말을 듣지 않은 덕분에 두 사람은 두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 한 달 만에 결혼을 준비해 부부가 되었지요.

자신의 인생 계획에 없던 결혼생활을 시작한 한고은은 "결혼 전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오히려 죽는 게 쉽게 느껴질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라며 "하지만 결혼하고 가장 달라진 건 세상에서 죽는 게 제일 무섭다"라고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더불어 시아버지를 처음 만난 날 "이제 내려놓고 남편 의지하고 살아라"라는 말씀에 정말 감사했다며 시부모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한고은은 201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시부모님을 친부모님처럼 의지하며 지낸다고 하네요.

한편 한고은의 여동생 한나라는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서 집안 생계를 책임져준 언니 한고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언니가 거의 나를 시집보낸 그런 상황"이라며 "언니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꼭 보답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표현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책임감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한고은이 이제는 가족들의 울타리 안에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꽃길만 걷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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