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이혼으로 방황하며 가출한 여중생이 걸스카우트 장기자랑에서 1등 한 이후

인생역전의 기회는 언제 오는 것일까요? 사실 성공의 기회는 늘 주변에 있지만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회를 기회인 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닐까요?

부모님의 이혼과 생활고로 늘 불행하다고 느끼던 여중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기회를 덥석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진짜 행운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지요.

네 살 무렵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홀어머니 밑에 8살 터울의 언니와 함께 지내며 늘 우울했다는 주인공은 바로 가수 출신의 배우 심은진입니다. 워낙 솔직한 성격 탓에 데뷔 초에 이미 그는 자신의 개인적 가정사를 당당히 고백했는데요. 당시만 해도 이혼가정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했지만 오히려 심은진은 "그런 이유로 방황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주고 싶다"면서 먼저 나서서 청소년 시절 방황한 경험을 털어놓았지요.

늦둥이로 태어난 심은진은 너무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별거 중이라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에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두 딸이 상처를 입을까 봐 걱정해서 이혼 사실을 숨기고 "아빠는 미국에 일하러 가셨다"라고 거짓말을 한 어머니 덕분에 '곧 아버지를 따라 이민 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요. 이후 초등학교 입학 무렵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알게 된 심은진은 외로움과 생활고, 그리고 이혼가정에 대한 따가운 시선으로 상처를 받았습니다.

두 딸을 부양하느라 어머니는 늘 직장생활로 바빴고 나이 많은 언니도 학교에서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심은진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결국 집안의 어둠과 쓸쓸함을 피해 밖으로 돌던 심은진은 중3 때는 가출을 할 정도로 방황했지요. 당시에 대해 심은진은 "철이 좀 들었던 언니와 달리 나는 그런 가정 형편이 항상 불만이었다.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는 거야'하는 생각에 반항심만 커졌다"라며 "며칠을 방황하다 돌아와서 본 엄마의 모습이 큰 충격이었다. 며칠 사이 너무나 늙어버린 엄마. 그때 '다시는 엄마 곁을 떠나지 않겠다'라는 결심을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후 심은진의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대 앞에서 하숙집을 하면서 막내딸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고 심은진 역시 카페, 편의점 등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용돈을 벌어쓰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때 심은진이 마음을 기댄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음악과 춤이었는데요. 걸스카우트 활동 당시 장기자랑에서 춤으로 1등을 하면서 동네에서는 나름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지요.

중학생 시절 이미 완성형 미인이었던 심은진은 당시 대학생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성숙한 외모이기도 했습니다. 중3 때 흰 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앉아있는 심은진에게 신문 판매 아저씨가 와서 "요즘 대학생들 신문 많이 읽는다"라며 구독을 추천했고 이에 중학생이라고 답변했더니 아저씨는 "보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거짓말을 하느냐"라며 화를 낸 에피소드도 있을 정도인데요.

성숙하면서도 청순한 미모의 여중생 심은진은 걸스카우트 장기자랑으로 춤실력까지 공개되면서 동네의 유명인사가 되었고 타 학교의 남학생들이 몰려와 심은진을 보고 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예쁜 데다 춤까지 잘 추는 여중생이 있다"라는 소문은 연예계에까지 알려져 한 프로듀서가 직접 찾아와 가수 제의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평범하게 살 길" 바랐던 어머니의 반대가 워낙 완강했던 탓에 심은진은 연습 초기 어머니 몰래 춤 연습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내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매니저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들켜 몰래 연습은 들통이 나 버렸고 다행히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어머니를 설득해 준 담임 선생님 덕분에 심은진은 5인조 그룹에 소속되어 연습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춤 연습 7시간, 보컬 연습 2시간, 새벽 귀가와 등교를 1년이나 했지만 결국 데뷔가 무산된 이후 심은진은 또 다른 프로듀서에게 "2집을 준비 중인 팀에 신규 멤버로 들어가지 않겠느냐"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수락한 그 그룹이 바로 '베이비복스'였지요. 데뷔 당시 작은 옥탑방에서 동전을 모아 참치캔 하나를 사 먹으며 연습을 하던 멤버들은 '야야야'로 2집 흥행에 성공했고 그 해 신인가수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3집부터 막내 윤은혜가 합류하면서 완전체가 된 이후 'Get up','Killer','Missing you', 'Why','Game over', '인형'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면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를 대표하는 걸그룹 중 하나가 되었지요.

특히 베이비복스는 이전까지 걸그룹이 청순함과 귀여움을 콘셉트로 하던 것과는 달리 국내 걸그룹 최초로 걸크러시와 섹시미를 강조한 아이돌입니다. 그중 심은진은 그룹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면서 큰 사랑을 받은 멤버 중 하나였지요.

더불어 외국인 가수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 정도로 중국진출에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최초의 한류 걸그룹으로 꼽히는 베이비복스는 중국 외에도 태국, 일본, 베트남, 몽골, 홍콩 등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국내외 모두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는데요. 워낙 높은 인기와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콘셉트 때문인지 유난히 안티팬들의 괴롭힘이 많아 고생한 아이돌로 꼽히기도 합니다.

커터 칼에 죽은 쥐까지 보내는 안티팬들의 괴롭힘에 심은진은 가뜩이나 힘들었던 아이돌 활동에 회의를 느꼈고 결국 2004년 팀을 탈퇴했습니다. 이후 심은진은 솔로 앨범과 연기를 병행했는데요. 2006년 사극 '대조영'으로 시작한 연기 활동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까지 넘나들며 경험을 쌓았고 초반에는 다소 불안하던 연기력도 차츰 안정적으로 발전하면서 시청자들도 심은진에게서 '걸그룹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데뷔 16년 차가 된 2013년 심은진은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자신의 또 다른 꿈 한 가지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고교시절 심은진은 상업디자인과를 전공했고 컴퓨터그래픽, 시각디자인 등에 대해 배우며 의상과 실내디자인으로 관심을 키웠는데요. 앞서 2006년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2010년 아트그룹에 속해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니 2013년 6월에는 첫 전시회를 연 것입니다. 전시회 'share joy & sorrow with'에는 심은진이 활동 틈틈이 그린 크로키와 여행 중 찍은 사진, 짧은 글귀를 모아 총 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해당 작품은 이후 아트북 'hello, stranger'를 통해 책으로 엮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또 전시회 이후 어린 시절 꿈에 대한 확신이 되살아난 심은진은 본격적으로 디자인 공부를 다시 시작해 실내건축산업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습니다. 해당 자격증은 4년제 이상 대학교의 실내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 건축 등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만 시험 응시자격 요건이 주어지는 고난도의 자격시험인데요. 심은진은 경기대 다중영상 매체학을 전공한 것이 동일 직무 분야로 인정되어 응시 자격을 얻었고 이후 필기는 단번에, 실기는 두 번의 도전 끝에 합격해 2017년 10월 최종 합격에 성공했습니다.

이미 자격증을 취득하기 이전인 2017년 8월 인테리어 회사 '아우딘 스페이스'와 협업 작품을 통해 의상실 쇼룸 인테리어를 한 경험이 있는 심은진은 자격증 취득 이후 세계적인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의 전시에 공간디자이너로 참여하면서 본격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국내 대중들에게는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삽화가로 알려져 있는 메간 헤스 아이코닉전의 공간디자인을 맡은 것이지요.

앞서 2013년 심은진의 첫 전시회의 기획을 맡은 최요한 감독의 제안으로 시작한 해당 작업은 무려 500평의 텅 빈 공간을 전시장으로 꾸미는 대규모 작업인데요. 심은진은 해당 공간에 중구난방으로 배치되어 있는 기둥 30개를 적절하게 가리거나 이용하면서 기승전결을 담은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고 덕분에 전시회의 주인공인 메간 헤스 역시 결과물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다시 본업인 배우로 돌아온 심은진은 현재 아침드라마 '나쁜사랑'에서 프랑스 유학파 디자이너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활동의 경험 덕분인지 배역 역시 찰떡으로 소화 중인데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요? 데뷔가 무산된 이후 재도전한 고등학교 시절이나 뒤늦게 다시 시작한 디자이너 공부 모두 심은진의 과감한 도전과 의지가 없었다면 잡을 수 없는 기회였겠지요. 직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투잡이 대세가 되는 요즘 음악, 연기, 공간디자인 모두를 섭렵하는 아티스트 심은진의 활약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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