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당해서 폭식증 겪던 초등생이 150 대 1 경쟁률 뚫을 수 있었던 건 '이것' 덕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실에서는 보통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은 취미활동으로 즐깁니다. 사실 좋아하는 취미생활이 직업으로 발전해 생계수단이 되는 일은 극히 드문데요.

단순히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힘든 시기를 이겨낸 힘이자 유일한 삶의 낙이었다는 취미 덕분에 취업에도 성공하고 아파트 마련까지 해냈다는 '성공한 덕후'가 있습니다.

특별한 취미생활 덕분에 1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다는 부러운 성덕은 바로 성우 출신의 방송인 서유리입니다. 유치원 때부터 게임을 좋아한 서유리는 게임에 들인 돈만 해도 중형차 한 대 값은 될 거라고 밝힐 정도로 게임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데요.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즐기는 것도 서유리의 취미 중 하나입니다.

서유리가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빠지게 된 건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무척 밝은 성격이었던 서유리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교우관계가 틀어지면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고 왕따로 인한 괴로움의 도피처로 게임을 선택한 것이지요. 당시 서유리는 따돌림을 당하면서 생긴 폭식증으로 살이 찌고 성격까지 어두워지면서 중고등학교 생활 역시 불행하게 이어갔습니다.

그때 게임은 서유리에게 유일한 친구였고 코스프레를 통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대해 서유리는 "유일하게 저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유치원 다닐 때부터 좋아했던 애니메이션과 게임이었다. 항상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던 시기에 유일하게 나도 살아있구나, 행복하구나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코스프레 사진들을 보면 다소 통통하고 풋풋하면서도 해당 캐릭터에 몰입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빛이 인상적인데요. 코스프레할 때만큼은 따돌림당하는 주눅 든 모습이 아니라 캐릭터의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를 빌릴 수 있었던 덕분이겠지요. 심지어 코스프레 행사에서 진행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하니 따돌림을 당하기 이전 본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코스프레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성우에게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목소리와 영혼을 불어넣은 성우는 덕후들에게 스타와 같은 존재이지요. 서유리 역시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고 각종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관련 이벤트에 도전하는 팬이었는데요. 2007년에는 '던전앤파이터'의 업데이트나 이벤트를 소개하는 '던파걸'을 맡게 되면서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 인지도를 얻게 되었지요.

덕후들 사이에서는 꽤 인지도 있는 팬이었지만 전문적으로 성우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서유리는 큰 기대 없이 경험 삼아 도전해보겠다고 나선 성우 시험에서 무려 150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해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의 성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도라에몽'의 이미숙 역으로 데뷔한 서유리는 '강철의연금술사'에서 엔비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덕후들 사이 미모와 실력을 모두 갖춘 성우로 사랑받기 시작했지요.

성우 데뷔 전 던파걸로 활동하던 서유리는 데뷔 후 던파라디오 '리얼던파'의 진행자가 되면서 성덕의 대표가 되었고 꿈꾸던 성우로서도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23살 어린 나이에 단번에 공채 성우가 된 2008년이 서유리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했는데요. 오랜 시간 병석에 계시던 아버지가 서유리의 성우 데뷔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이후 서유리는 집안의 실질적 가장이 되었습니다. 성우는 2년 전속계약 후 프리랜서로 전환되는데 당시 서유리는 집안의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상황이었고 지인의 소개로 방송일도 시작했지요. 게임채널을 통해 방송을 시작한 서유리는 생방송 코미디 프로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프로그램의 콘셉트 상 서유리는 섹시 이미지를 부각시켰는데요. 이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섹시 콘셉트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본업이 성우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희석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섹시 콘셉트를 해도 연출이나 상황에 맞게 타당성이 있어야 했다. 내가 납득이 가야 했고 내가 이해가 안 가면 다른 사람도 똑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며 소신 있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후 공중파 예능에서 얼음공주 콘셉트의 마스코트로 등장하면서 서유리는 보다 대중적 이미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게임덕후들 사이에서만 유명인이었다면 '마리텔' 출연 이후 서유리는 대세 방송인이 되었지요. 각종 예능에 단골 게스트로 출연하면서도 서유리는 성우로서의 행보 역시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2016년에는 PD 대상 성우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파워레인저 애니머포스'의 히로인 아무 역을 맡은 서유리는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빅스비'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서유리는 빅스비의 목소리 녹음을 위해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고 1년 동안 하루 4시간씩 주 5회 녹음했는데요. 기계 같은 목소리면서도 친절해야 하고 인간 같으면 안 된다는 조건에 맞게 녹음을 해냈고 현재 빅스비의 목소리는 서유리의 녹음본을 자체적으로 조합해서 활용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한편 덕후들 사이 여신으로 불리던 서유리는 방송계로 진출한 이후에도 늘 자신의 이상형으로 "게임 잘하는 남자"를 꼽아왔는데요. 실제로 서유리는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서유리가 인터넷방송 트위치를 통해 게임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반해서 소개팅을 졸랐다는 그의 남편은 MBC 드라마 '에덴의동쪽', '남자가사랑할때', '앵그리맘', '미씽나인' 등을 연출한 최병길 PD입니다. 최PD는 서유리 못지않게 게임을 좋아하는 데다 애쉬번이라는 예명으로 직접 만든 앨범이 있는 가수이기도 하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10년 이상 "소처럼 일만 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고생한데다 따돌림 경험 등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컸던 서유리는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 마음이 닫혀있었습니다. 때문에 큰 기대 없이 소개팅에 나섰지요. 하지만 현재의 남편 최병길 PD를 만난 첫날 서유리는 자신의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힘든 이야기를 꺼내 놓을 정도로 마음을 열게 되었고 이후 만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감독님 솔직히 매력 있는데, 나는 누군가 쉽게 만날 수 없고 결혼을 해야 될 때"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그에 대한 최 PD의 대답은 "결혼하자" 였지요. 두 사람은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식은 생략한 채 혼인신고를 하면서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두 사람은 한 관찰 예능을 통해 신혼집을 공개했습니다. 통유리로 된 감각적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신혼집에서 두 사람은 신혼답게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요. 또 게임 덕후 부부이니만큼 각자 수집하는 피규어와 구체관절인형이 쌓여있는 작업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서유리는 5년 전 악플을 보다가 처음 쓰러졌고 이후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이에 남편 최 PD는 "나는 이 사람이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케어를 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는데요. 서유리에게는 학창시절 따돌림의 경험부터 20대 초반에 무거웠던 가장의 책임감, 그리고 악플과의 싸움까지, 힘들었던 시간을 이해해 주고 상처를 가진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남편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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