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공주 출신 카이스트생이 휴학한 이유는 축구 때문?

평균 나이 7.8세의 걸그룹 칠공주를 기억하나요? 2000년대 핸드폰 컬러링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노래 '러브쏭'의 주인공. 그중 5살이던 막내 박유림은 어느새 대학 졸업을 앞둔 나이가 되었습니다. 대기실에서 수학문제집을 풀던 꼬마가 2018년에는 카이스트에  입학한 소식이 전해져 놀라움을 주더니 2019년에는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까지.


지금은 수학멘토로 활약 중이라는 박유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행보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7공주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어린시절 가수가 꿈이었나

정확히 데뷔는 2003년 5살 때 했는데, 악보를 볼 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악보를 보는 척을 하며 노래를 외워 부를 정도로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했다. 7공주 활동 전에도 어린시절 어머니가 찍어준 비디오를 보면 거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영상이 많다.


7공주 활동 전에 먼저 아가방, 로엠걸즈 등 여러 아동 모델 대회에서 입상하여 모델 활동을 했고, 자연스럽게 소속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7공주에 합류하게 되었다.  어머니 성향이 워낙 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편이라 인생의 첫 꿈이었던 ‘가수’를 엄청 어린 나이에 이루게 된 셈이다.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연예계 활동에서 고된 점도 많았을 것 같다좋은 추억과 힘들었던 추억 한 가지씩을 꺼내본다면

기억이 미화된 것인지, 벌써 15년 전인 7공주 활동은 좋은 추억만 남아있다. 가장 좋은 추억은 아무래도 무대에서의 기억인 것 같은데, 그때 당시 엠넷과 같은 역할을 했던 채널인 kmtv 음악방송에서 무대를 했던 기억이 가장 생생하다. 나이가 어려서 kbs, mbc 등 공중파 음악방송에 출연할 수 없었고 케이블 방송에서 무대를 가졌는데, 당시 가장 좋아하던 핑크색 옷에 흰 망토를 걸치고 무대에서 뛰어다니며 행복했던 기억, 그런 나를 예뻐해 주는 많은 팬의 함성소리가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있다. 또 당시 데뷔 초기였던 동방신기와 옆 대기실을 쓰며 앞뒤로 무대에 올라간 기억도 좋은 추억이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그저 잘해주는 동네 오빠 정도로 생각했는데, 당시 어머니가 무척 좋아했다.


힘들었던 추억을 굳이 뽑자면 뮤직비디오 촬영 날이 기억에 남는다. 결혼식 세트장에서 거의 하루종일 찍었는데, 당시 너무 추운 겨울이었기 때문에 촬영하는 내내 추웠다. 밥도 제때 먹지 못하고, 촬영을 오래 하니 잠도 잘 자지 못하며 몸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촬영 도중에는 언니들과 뛰어놀며 즐거워했다. 몸이 힘든 걸 잊어버릴 만큼 활동하는 걸 즐거워했다.

9살 무렵 팀을 탈퇴한 이유는 학업 때문이라고대기실에서 수학문제를 풀었다는 멤버들의 증언도 흥미로운데진로를 완전히 변경한 것인가

완전히 학업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다.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방송 활동을 하다 보면 다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뒀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전에 중1 때까지는 악기전공을 했다. 피아노로 시작해서 플롯을 배우며 콩쿠르에서 1등 상을 받아보기도 했고, 8살 때부터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국악소녀를 꿈꾸기도 했다. 가야금에는 정말 소질이 있어서 협연도 많이 하고, 국악예고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사실 악기 전공을 준비하면서도 아동복 모델, 콩순이/쥬쥬 등 영실업 완구 모델 등 모델 활동은 계속했고, 완전히 학업 때문에 활동을 그만둔 건 아니었다. 이것저것 해보니 그중 수학 문제를 더 많이 풀어보고 싶었고, ‘수학자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한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수학이라는 과목을 더 알고 싶어서 공부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대기실에서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증언은 사실이다. 방송활동을 하다 보면 대기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초등학생이었던 언니들은 그 시간을 이용해서 중간고사 대비를 하고는 했는데, 나도 옆에서 따라서 학습지를 풀었다. 원래 스도쿠 같은 수학 퍼즐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머니께서 그런 적성을 알아보시고 바로 기탄수학 문제집을 세트로 사주셨다. 앉아서 기탄수학 첫 단계부터 차근차근 풀다 보니 10살 때 중학과정을 스스로 공부할 정도로 진도를 많이 나가게 되었다.

중학교시절 내내 전교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공부를 잘하는 비법이 있다면

내 공부비법은 “꼼수를 부리지 않는 것”이 전부이다. 실제로 멘토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 문제집 풀면 어떨까요?”와 “빠른 시간 안에 실력이 늘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인데, 답은 정해져 있다. 풀 수 있는 만큼 최대의 양을 풀고, 들일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을 공부에 들이는 게 공부를 잘하는 비법이다. 내 경우에는 요점정리만 보려고 하지 않고, 책의 작은 글씨 하나까지 몇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툭 치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다.


뻔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할 수 있는 만큼’이라는 부분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과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소화해서 금방 질릴 수 있다. 공부는 ‘언제까지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질리면 정말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데, 질리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즐기며 하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집중시간이 길지 않은 편이라 한 번 앉으면 최대 2시간 정도만 집중이 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엉덩이가 무거워야 된다는 말만 믿고 네 시간 이상씩 앉아있는다면 쉽게 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2시간 공부 후 30분 정도는 휴식시간으로 쓰며 시간 조절을 했다.

우리나라 이공계 수재들만 모인다는 카이스트에 재학 중이다캠퍼스의 로망보다는 밤샘공부와 토론만 할 것 같은데, 실제 학교생활은 어떤가

엄청난 분량의 과제에 치여서 대학생활의 로망을 즐길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학교의 위치도 대전이라서 놀 거리가 많지 않다. 대신 카이스트는 1학년 때 전공이 정해지지 않아서 동아리 활동이 정말 활성화되어있다. 100개 이상의 동아리가 있는데, 한 학년에 재학생이 700~8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리의 수가 정말 많은 편이다. 내 경우는 카이스트 공식 학생 홍보대사 자치단체에서 활동했었는데, 활동을 통해서 좋은 친구도 많이 얻고 해외 대학교 총장님들을 상대로 캠퍼스 투어를 하는 등 또래 친구들보다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거의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서 캠퍼스 생활보다는 캠퍼스가 그냥 집 또는 마을로 느껴진다. 학교 안에 코인노래방, 수영장 등 여러 시설이 있어서 특별한 추억을 쌓기도 했다. 특히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기숙사를 떠나 이틀 통학을 시작해보니 지난 시간이 그리워지더라.

현재 휴학 중이라고 들었다. 휴학을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졸업이 조금 빨라서, 이제 30학점만 더 들으면 졸업이다. 카이스트 부설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대학 학점을 미리 많이 듣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이대로 대학을 졸업하면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인생 마지막 방학이라고 생각하고 휴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원래는 휴학을 하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까지 축구 리그 순회 배낭여행을 계획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어서 아쉽다. 여행 때문에 휴학을 했는데, 의도치 않게 국내에 남게 되면서 오히려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는 기회가 되어서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한 온라인 교육기업에서 멘토로 활동 중이라고어떤 일을 하나

대입을 경험한 대학생 멘토로서, 고등학생들이 학업적, 정신적으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질문을 받고 상담을 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유튜브와 사이트를 창구로 이용하며 학습 꿀팁을 알려주기도 하고,  직접 수학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수포자를 줄이고 싶다"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정말 노베이스인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게 수학을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나 공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개인채널은 기획, 편집, 촬영까지 전부 혼자 운영하고 있고, 본사 채널을 통해 학용품 리뷰 등 학생들이 쉬는시간에 즐기며 볼 수 있는 영상 콘텐츠에 출연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고수험생들이 큰 불안감에 힘겨워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멘탈을 관리하고 집에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내 경험에 빗대자면, 포항 지진으로 인해 수능 전날에 갑자기 입시 전체가 일주일 연기되는 상황을 겪었다. 정말 멘붕이었다. 그때 든 생각이 '이 상황에서 멘탈을 유지하는 사람이 결국 기회를 잡는다'라는 것이었다. 결국은 스스로를 믿고 본인 페이스대로 나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두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면 오히려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집에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침대 감옥 공부법’이라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적도 있는데, 실제로 내가 집에서 공부할 때 쓰는 방법이다. 침대 위에 앉아서 다리를 작은 탁상 안에 가두고,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뒤 공부하는 방법. 휴대폰 등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를 다른 곳에 둔 채 감옥에 갇히면 어쩔 수 없이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공부하느라 연애할 시간은 없나? 연애의 에피소드나 이상형에 대해 공개해 달라

연애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없는 시간 쪼개서 남자친구도 만났다. 이상형은 말이 잘 통하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 “네가 없으면 안 돼!”의 스타일이 아니라 “나 혼자도 잘 살 수 있지만, 너랑 있으면 더 즐거워”가 내 연애의 모토이다. 함께 있을 때 즐겁고 재밌는 사람이 좋다. 함께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축구를 보는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축구도 보고 게임도 할 수 있는 친구같이 편한 사람이 좋다. 지금까지 만났던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모두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친구들이었다.

축구를 좋아한다고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워낙 스포츠 경기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축구’를 가장 좋아한다. 아무래도 이공계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하다 보니 남학생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았는데, 그래서 지금까지도 취미가 스포츠와 게임에 집중되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레알마드리드’라는 팀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10년 넘게 응원하고 있고, 유럽 시간대에 맞춰서 새벽 시간에 경기를 보기 때문에 바이오리듬이 거의 지구 반대편에 맞춰져 있다. 축구 경기가 없을 때는 친구들과 롤이나 오버워치 등 게임을 즐겨 하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피파를 즐기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때는 주로 팝송이나 edm 음악을 들으며 흥을 발산하는데, 워낙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취미도 다양하고 취미생활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꾸준히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목표로 삼은 직업이 있나

축구 칼럼을 쓰는 블로그 운영을 하며 스포티비와 함께 블로그 기자 활동도 했었고, 러시아 월드컵 배낭여행도 직접 기획해서 다녀오는 등 무언가 하나를 좋아하면 끝까지 파는 성격이라 많은 걸 시도한다. 스페인 리그 경기를 보다가 스페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식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직업을 정하지는 못했다. 수학 멘토 활동을 하면서 '수학강사를 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해본 정도이다. 아직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 음악, 스포츠,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타협점을 찾는 중이다. 스스로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잡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의 목표를 전해달라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도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현재의 나는 충분히 스스로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강연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대학 졸업부터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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