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눈 하나는 최고" 막장대모 임성한 작가가 발탁한 여배우들

우리나라 드라마에는 멜로, 범죄스릴러, 코믹 외에도 대표적인 장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막장'.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매력의 막장드라마는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 드라마계의 빼놓을 수 없는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막장드라마의 원조이면서 막장계의 대모라고 불리는 '임성한' 작가가 은퇴하면서 막장드라마계는 최근 그 수위가 다소 낮아진 듯한데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웃다가 죽고, 암세포를 동정하는 충격적인 전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전자계산과를 졸업한 이후 컴퓨터 강사로 생활하다가 TV 드라마가 너무 재미없어서 "차라리 내가 드라마를 쓰겠다"라는 마음으로 집필을 시작했다는 임성한 작가. 그는 1998년 시청률 57.8%의 역사적인 기록을 남긴 드라마 '보고또보고'를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는 동안 욕이란 욕은 다 먹었지만 늘 시청률 20%를 넘겨온 아이러니의 주인공입니다.

"작품성보다는 시청률을 선택했다", "시청률이 오르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고 밝힌 임성한 작가는 시청률 외에도 또 한 가지 탁월한 재능이 있습니다. 바로 배우를 고르는 안목이지요. 주로 신인급 배우들을 주인공 자리에 올려 일약 스타로 만들곤 했는데요. 막장대모 임성한의 선택을 받고 주목받은 배우들을 만나봅시다.


보고또보고(1998) 온달왕자들(2000)

김지수

1992년 SBS 2기 공채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대중적 사랑을 받지는 못했던 김지수는 1998년 시청률 57%의 드라마 '보고또보고'를 통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해당 드라마는 당시만 하더라도 금기시 되어오던 겹사돈을 소재로 삼아 논란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덩달아 출연연기자 모두가 주목받았는데요.

특히 김지수는 이전까지 청순가련한 역할만 맡다가 '보고또보고'에서 소위 공주병에 걸린 언니 윤혜영과 달리 소탈하고 당찬 이미지로 변신해 폭넓은 팬층을 확보했고, 해당 작품을 통해 MBC연말시상식에서 연기대상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MC를 맡으며 승승장구하던 김지수는 음주운전사고로 인해 큰 위기를 맞았는데요.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성한 작가의 차기작인 '온달왕자들'에 다시 한번 캐스팅되면서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인어아가씨(2002)

장서희

장서희는 어린 시절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서 진으로 선발된 이후 아역모델과 배우 활동을 시작했고 1989년에는 MBC 19기 공채탤런트로 뽑히면서 성인연기자로 변신했습니다. 다만 성인연기를 시작한 직후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것 외에는 연기자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공채선발 이후 10년 넘는 연기활동에도 늘 무명의 설움을 겪으며 지내던 장서희를 알아본 사람은 바로 임성한 작가. 장서희의 매력을 알아본 임 작가는 '인어아가씨'의 주인공으로 장서희를 낙점했으나 방송국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배우를 서브도 아닌 원톱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 크게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장서희 아니면 안 한다"라는 엄포까지 놓으며 단호한 입장을 내세운 끝에 장서희를 캐스팅하게 되었지요.

결과는 초대박. 드라마는 방영 석 달 만에 시청률 30%를 가뿐히 넘겼고 장서희는 그해 연말 시상식에서 연기대상을 포함해 무려 5관왕에 오르면서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장서희는 2008년 임성한과 쌍두마차로 불리는 막장계의 또 다른 대모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 유혹'에 출연하면서 그야말로 '복수의 여신'이 되었습니다.


왕꽃선녀님(2004)
이다해

이다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호주로 이민을 가서 거주하던 중 2001년 할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주변 친지들의 권유로 추억 삼아 나간 '미스춘향선발대회'에서 진으로 당선되면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다만 연예계 입문과 연기자로서의 데뷔는 쉬웠지만 배우로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는데요.

주목받는 신인으로 시작했지만 늘 조연급 연기자로 무명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던 중 한지혜, 이동건 주연의 흥행 드라마 '낭랑 18세'에서 이동건의 첫사랑 역으로 등장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2004년 임성한 작가에게 선택되어 '왕꽃선녀님'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그야말로 스타급 연기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왕꽃선녀님'에서 이다해는 무속인과 무녀라는 다소 특이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고 덕분에 연말시상식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작품을 통해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한 덕분에 '마이걸', '헬로!애기씨' 등에서 여주인공을 맡을 수 있었지요.


하늘이시여(2005)

윤정희

윤정희는 연기지망생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2003년에는 리얼리티 연애 프로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대중적 인지도가 연기활동으로는 이어지지 못했고 수차례 오디션에 탈락하면서 연기를 포기할 생각이었지요. 실제로 일본유학을 준비하던 중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오디션이 바로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하늘이시여'.

해당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윤정희는 데뷔작에서 시청률 30% 드라마의 히로인이 된 셈인데요. 기구한 운명에 맞서 애절한 사랑을 하는 여주인고 '이자경' 역을 절절하게 그려낸 덕분에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명과 함께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하늘이시여'를 통해 신인상을 탄 배우만 윤정희를 포함해 이태곤, 조연우, 강지섭 등 무려 4명이라고 하니 임성한의 안목은 정말 대단합니다.

한편 '하늘이시여' 이후 드라마 '행복한 여자', '가문의 영광', '웃어요, 엄마' 등에서 주인공을 맡아 활약하던 윤정희는 드라마 '맏이'를 끝으로 연기 활동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2015년 5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비연예인인 남편과 결혼식을 올린 후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로 육아와 살림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요.


보석비빔밥(2009)

강세정

강세정은 2000년 데뷔한 걸그룹 파파야의 멤버 출신입니다. 2001년 팀의 해체와 함께 배우로 전업했는데요. 걸그룹 활동 당시에는 워낙 우월한 비주얼 덕분에 팀의 센터를 차지하는 주목받는 멤버였으나 연기자로서는 오랜 시간 무명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단역 생활을 이어오던 강세정은 2007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아현동마님'에서 조연을 맡아 출연했고 당시 강세정의 매력을 알아본 임성한 작가 덕분에 2009년 '보석비빔밥'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습니다. 해당 작품 역시 임 작가의 작품답게 '현대판고려장'이니 하는 등 비판을 받았지만 시청률 20%를 무난히 넘겼고 중고신인이던 강세정에게 '배우'의 이미지를 굳혀주었습니다. 

보석비빔밥 덕분에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강세정은 이후 일일드라마와 아침드라마 등 주부들이 사랑하는 시간대의 작품에서 주로 활약하며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신기생뎐(2011)
임수향

2009년 영화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임수향은 연기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2011년 드라마 '신기생뎐'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신인배우를 내세우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방식이었는데, 방송사에서는 위험요소가 많아 반기지 않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지요.

해당 드라마는 복근에 빨래를 하거나, 신혼여행에서 여장을 하는 신랑의 모습, 귀신에게 빙의되는 장면 등 다양한 막장요소로 논란이 되었는데요.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드라마의 상황 속에서 임수향은 데뷔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았습니다.

또 해당 작품은 부상으로 수영선수를 그만두고 연기자로 전향한 뒤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하며 연기경험을 쌓고 있던 배우 성훈에게도 데뷔작이었습니다. 때문에 최근 스타가 되어 예능프로를 통해 재회한 임수향과 성훈의 모습은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로라공주(2013)

전소민

고3이던 2004년 단막극에 출연하면서 연기에 입문한 전소민은 무려 10년간 무명시절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NG를 낼 때마다 욕설과 함께 머리를 때리는 연출자를 만나서 맞으며 연기하는 충격적인 경험까지 있었지요.

그럼에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연기를 포기하지 않던 전소민은 데뷔 약 10년 차였던 2013년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공주'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배우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해당 작품을 통해 전소민은 대중적 인지도를 얻는 동시에 연말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는데요.

이후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접수하면서 대세 스타로 거듭났고 2018년 드라마 '톱스타유백이'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매력을 무한히 발산했습니다. 한편 최근 전소민은 지난 4월 건강상의 이유로 중단했던 예능에 복귀하면서 여전한 입담과 센스 있는 예능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압구정백야(2014)
박하나

박하나는 2003년 혼성그룹 퍼니로 데뷔해 연기자로 전향한 배우입니다. 다만 활동 초반에는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오랜 무명시절을 지냈는데요.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경험을 쌓다가 본격적으로 TV로 옮겨온 2012년 이후에도 단역 수준의 조연을 벗어나지 못했지요.

가수활동부터 시작해 데뷔 12년 차였던 중고신인 박하나를 단숨에 주연급으로 올려놓은 것도 바로 임성한 작가입니다. 임 작가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 '압구정백야'에서 박하나를 주인공 '백야'로 캐스팅했고 박하나는 친모에게 복수하는 역을 맡아 자연스럽게 역할을 소화해냈습니다.

덕분에 연말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박하나는 이후 일일 드라마계의 원톱 주인공으로 꾸준히 시랑 받고 있습니다. 또 각종 예능을 통해 진행자로도 노련한 모습을 보이면서 활약 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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