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떠밀려서 미인대회 나갔던 사과아가씨, 실검 1위 한 근황

직업과 진로를 선택하는데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요? 본인의 선택을 믿고 존중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린 나이에 '알아서 척척'하기를 바라기는 어렵지요. 결국 자녀의 남다른 재능을 알아보고 이를 키워주는 일은 주로 부모의 몫인데요. 특히 예체능 분야의 경우 이른 나이에 시작할수록 유리한 만큼 부모의 역할이 큽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판소리가 너무나 싫었지만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릴 수 없어서 열심히 노력했다는 여중생은 이제 국악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음반 발매와 유튜브 활동까지 해냅니다. 예능 프로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해서 "쑥대머리"로 실검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사과아가씨,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판소리 상임단원 이윤아를 만나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꿈이 가수였다고? 노래도 잘하고 끼도 보통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어린이 이윤아는 어떤 아이였나요

부모님 말씀으로는 걸어 다니기 전부터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좋아했다고 한다.  첫 무대는 유치원 장기자랑 때인데 그때 제가 노래를 부르고 다음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겨줬어야 했는데, 계속 마이크를 안 주고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나중에 유치원 선생님께서 마이크를 가져가셔서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도 난다. 노래부르기를 좋아하고 무대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가수가 되고싶다는 생각도 키웠다.

중학교 2학년 조금 늦은 나이에 판소리에 입문했다고가수를 꿈꾸다가 판소리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어머니께서 권해주셨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가족끼리 우연히 국악 공연을 보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진도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그때 처음 어머니께서 권해주셨지만 너무 어려워 보여서 거절했는데, 이후에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클럽활동으로 사물놀이를 시키시더니 중학교 때는 클럽활동으로 가야금병창을 시키셨다. 자연스럽게 국악과 가까워진 후, 중학교 2학년 때 판소리를 정식으로 배워보자고 다시 권유하셔서 시작하게 됐다.

늦게 시작한데다 어머니의 권유로 들어선 길이다 보니 방황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듯하다

처음 1년은 정말 하기 싫어서 마음으로 방황을 많이 했다. 마음은 너무 하기 싫었었지만 사실 내가 부모님 말을 잘 들었던 편이었고 그만둔다고 하면 혹시 부모님이 충격받으실까 봐 레슨받은 소리는 꼭 해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면서 1년이 지난 뒤부터는 선생님께서 조금 늘었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판소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판소리 자체를 포기하고 싶어서 속상하기보다는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예산 사과아가씨 대회에 출전한 이력이 특이하다. 미인대회에 참가한 이유가 있나

처음 어머니께서 권해주셨는데 내 입장에서는 미인대회에 나간다는 게 좀 부끄러웠고, 그런 대회에 출전할 만한 미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평생소원"이라며 설득을 하시는 바람에 나갔다가 친언니는 선을 하고 나는 미로 선발되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 참가했다고 생각한다. 온 가족이 단합해서 대회 준비를 했는데 그때 정말 재밌는 추억을 많이 쌓았다. 그리고 고향인 예산을 대표하고 지역의 아름다움까지 전할 수 있어서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 됐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의 단 3명뿐인 판소리 단원 중 한 명으로 활동 중이다. 경쟁률이 엄청나다던데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판소리 단원 오디션 공고가 연이어 두 번 났는데 첫 오디션 때 도전했지만 최종 합격한 판소리 단원이 0명이었다. 나 역시 탈락했고 두 번째 오디션에 다시 도전해서 다행히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한 번 탈락한 경험도 있는 데다 단원 모집 공고가 자주 나지 않기 때문에 진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을 다했다. 오디션 전날까지 집에서 전수관 그리고 연습실만 반복하면서 살았다. 몸무게가 39kg까지 빠졌는데 연습을 무리해서 하는 바람에 목 상태도 너무 안 좋아서 오디션 당일에는 '제발 목소리만 나와라'하는 마음으로 오디션장에 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을 비우고 노래를 시작하는데 목소리가 잘 나오는 거다. 결국 운도 따랐고 그 행운을 잡을 정도로 준비가 된 덕분이 아닌가 싶다.

시립국악원의 단원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지 않나. 판소리 전공자들이 갈 수 있는 다른 진로에는 어떤 것이 있나

크게는 무대에서 소리를 들려드리거나  교육 쪽으로 가는 방향이 있다. 국악 팀을 이루어서 프리랜서로 앨범 활동과 공연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고, 학교나 사설기관에서 국악강사 활동을 하는 분도 많은 편이다. 무대 활동의 경우에는 대중가요에 비해 기회가 적은 편이라 속상한 면도 있는데, 최근에는 유튜브 활동이 새로운 무대가 되고 있기도 하다.

너목보’ 출연 당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다.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지는 않았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너무 신기하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이름이 내 이름인 줄 몰랐다. 사실 국악원에 소속된 단원들을 비롯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프로그램에 출연을 했는데, 방송 후에 지인들이 캡처된 사진과 실시간 검색어를 보내주고 축하한다고 연락 와서 놀랐다.

감사하게도 다양한 곳에서 가수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가수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고 국악인으로서의 길을 가고 싶다.

대중가수는 아니지만 꾸준히 국악가요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국악가요는 말 그대로 국악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가요를 말한다. 국악에 대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은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볼 수도 있고 국악인으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낸 음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내 노래를 듣고 전통국악의 매력까지 느끼게 됐다는 팬들도 계셔서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 중이다.

판소리와 국악의 매력에 대해 어필한다면

국악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고유의 음악'이란 말 자체가 참 귀하고 매력적이지 않나.  판소리의 춘향가를 들어보면 사랑가 대목에서 둘의 사랑을 표현하는 대목이나  이별가에서 처절하리만치 슬퍼지는 이별의 대목들이 요즘 사람들의 연애와 다를 게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을 극적인 소리로 함께 표현해 들려드리는 것뿐이다. 그런 면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세대를 넘어서도 여전히 우리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 한복을 입고 소리를 하는 모습이 '참한 며느리'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어르신 팬들도 많을 것 같은데, 30대에 접어든 만큼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그렇게 봐주신다면 감사하지만 실제 집에서 모습은 상견례 프리 패스 상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형제들 중 막내라 아직도 철없는 행동도 많이 하고 성격도 덤벙거려서 많이 흘리고 묻히는 '손 많이 가는 타입'이다.  인연이 나타나면 연애와 결혼은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결혼은 좀 멀다고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하기엔 스스로 너무 철이 덜 들고 어리다는 생각이다.

국악인 이윤아가 아닌 31살 청년 이윤아의 여가시간이 궁금하다. 연습 시간 외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집순이다.  특별한 취미는 없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걸 많이 한다. 몇 년째 하고 있는 핸드폰 게임이 있는데 거의 3000탄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설 원작의 영화를 찾아보는데,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영화를 본 기억이 무척 좋아서 새로 생긴 힐링 아이템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전해달라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 무대에서 내가 들려드리는 소리로 기쁨을 느끼시고

힘이 들 때는 위로를 받으셨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아직까지는 그만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이 되어서 취미나 결혼은 조금 미뤄둔 셈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진정한 소리꾼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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