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앞에서 '될 대로 되라'식이었다는 전설의 오디션 참가자

면접이나 오디션에 임할 때, 겸손한 자세와 자신감 있는 모습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태도일까요? 분야를 막론하고 선발을 위해 심사에 나선 면접관이나 심사자들은 "예의 바른 태도로 임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자신을 어필하는 참가자"를 원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겸손과 자신감 사이에서 적당한 선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은데요. 특히 도전하는 분야에 경험이 전무한 사회 초년생이라면 긴장감으로 인해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단역으로 몇 차례 출연했을 뿐 대표작으로 꼽을 작품조차 없는 무명배우가 오디션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감독을 만났다면 얼음처럼 굳어서 말 한마디 못하고 나왔다고 헤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무려 박찬욱 감독 앞에서 "될 대로 되라"식의 당찬 태도로 나섰다는 25살 무명배우가 있습니다. 그의 오디션 결과는 어땠을까요?

박찬욱 감독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배짱을 지닌 주인공은 166cm 가냘픈 체구의 배우 김태리입니다. 눈에 띄는 외모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아역모델로 활동했을 것 같은 김태리는 의외로 뒤늦게 연기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된 케이스인데요.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 실업계 고등학교의 디자인과에 진학한 김태리는 대학입시를 앞두고 보다 현실적인 직업을 택하기 위해 아나운서를 지망하며 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입학 후 대학생활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우연히 연극동아리에 참여하면서 김태리는 이전까지 전혀 염두에 두지도 않았던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대학 2학년이 되어서야 "내가 이걸 평생 함께 갈 길로 정해도 좋겠다"라는 확신이 섰지요. 다만 가정 형편상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해야 했기에 학업과 연기 공부에 각종 알바까지 병행해야 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졸업 후 극단에 들어가 무명배우로 지내던 시절까지, 김태리가 경험한 알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KFC에서는 모든 파트의 일이 가능할 정도로 오랜 시간 근무했고 편의점, 신문사, 영화관을 비롯해 마트에서 두유 판촉을 하는 알바까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특히 두유 판촉을 하던 중에는 사진작가 겸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눈에 띄어 카페 알바로 전격 스카우트(?) 되기도 했지요.

또 숨길 수 없는 비주얼 덕분에 사진촬영이나 모델 관련 알바도 할 수 있었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13년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앞서 진행된 삼성 갤럭시 홍보 행사에 체험 모델로 등장한 김태리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데뷔 전에도 여전히 빛나는 외모가 눈길을 끕니다.

알바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는 힘든 시간 중에도 김태리는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 졸업을 앞둔 2012년 극단 '이루'의 막내로 들어가면서 본격 연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김태리는 메인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신 투입되는 '언더스터디' 역할이었는데요. 김태리는 무대에 설 확률이 0%에 가까웠지만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를 인상 깊게 본 연출가가 이례적으로 막내였던 김태리를 무대에 세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영화 '양평자전거', '문영', '뭐보노', '누구인가', '락아웃' 등에서 작은 배역을 맡아 연기경험을 쌓아가던 김태리는 2014년 현 소속사와 만나 정식으로 연예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더바디샵의 TV광고를 시작으로 공익광고와 통신사 CF 등에 출연했고 더불어 상업영화의 오디션도 수차례 보았지만 당시 25살이던 김태리는 주로 "나이가 많다"라는 이유로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말 김태리는 드디어 운명 같은 작품 '아가씨'의 오디션을 만났습니다.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조차 전무한 완전한 신인 김태리를 주연급으로 캐스팅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될 법도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오디션 당시 김태리를 만난 지 단 5분 만에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에 대해 박 감독은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오디션장에 처음 나타났을 때 개성 있는 외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흔해 빠진 얼굴이 아니고 고친 얼굴도 아니라 좋았다"라며 "그렇게 잘 보이겠다는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고 '될 대로 되라'라는 식이더라. 그러면서도 건방지지는 않았고 자기 할 말은 똑 부러지게 다 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그야말로 면접관이 원하는 완벽한 모습을 선보인 것인데, 당시 박 감독은 '딱 좋은데 연기가 영 아니면 어쩌지?'라고 걱정할 정도로 김태리가 흡족했습니다. 다행히 김태리는 박 감독을 안심시킬 수 있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고, 실제 촬영이 들어가자 더 좋은 모습을 보인 덕분에 대선배인 하정우가 "감독님 아우 쟤는~ 쟤는 진짜~ 보통내기가 아니다"라고 놀랄 정도였습니다.

불과 3년 전인 2013년 6월에 김연아 아이스쇼의 삼성 부스에서 알바를 하던 김태리는 2016년 6월 칸의 레드 카펫을 밟고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핫한 여배우가 되었습니다. 데뷔와 동시에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을 거머쥔 김태리는 2017년에는 영화 '1987', 2018년에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세 여배우로 등극했지요.

첫 장편 상업영화였던 '아가씨'의 개봉 이후 불과 2년여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연급 여배우가 된 김태리는 '미스터션샤인'의 종영 이후 한창 인기의 상한가를 치던 시기 돌연 해외로 유학을 떠나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는데요. 김태리는 3개월간의 영국 단기 유학을 통해 심신을 정비하고 휴식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귀국 후 김태리는 영화 '승리호' 촬영에 이어 최동훈 감독의 신작에 합류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는데요.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류준열과 비인두암 투병을 마치고 복귀를 알린 김우빈이 함께 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지요.

한편 김태리는 최근 영화 '승리호'의 개봉을 앞두고 함께 출연한 송중기, 진선규, 유해진과 함께 홍보를 위한 열일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영화 속에서 맡은 안하무인 캐릭터 덕분인지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에서도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서 팬들을 웃음 짓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아쉽게도 영화 '승리호'의 개봉은 잠정 연기되었지만 소속사 계정을 통해 일상 사진을 공유하면서 근황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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