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할 돈 없어서 배우들 줄 세웠더니 대박 났다고? 저예산과 대작 사이 '허리영화' 베스트

최근 국산 상업영화의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18년 개봉작 중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영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순제작비는 79억 원으로 전년대비 7.8% 상승한데 반해 흥행 성적은 오히려 떨어져 평균 추정 수익률이 -17.3%로 집계되었습니다.

2012년 이후 흑자 기조를 지속해오던 한국 영화의 수익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기록한 것인데요. 수익률 폭락의 주요 원인은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고예산 영화들의 연이은 흥행 참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반면 순제작비 30억 이상 80억 미만의 중저예산 혹은 중급 규모의 영화들은 전체 평균 수익률의 하락을 완화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는데요. 저예산 영화와 고예산의 대작 사이에서 일명 '허리 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의 힘을 보여준 셈이지요. 부족한 제작비 때문에 장면을 바꾸고 촬영 스케줄을 조절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역대급 연기력 덕분에 호평과 함께 초대박 흥행을 기록한 가성비 갑 허리영화 베스트3를 만나봅시다.


CG 처리할 돈 없어서
범죄와의 전쟁(2012)

2012년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연기력 갑 배우들의 포진으로 대작의 느낌을 풍기지만 사실 순제작비 45억을 들인 중저예산 영화인데요. 1990년 10월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일어난 실제 상황을 영화다운 구성으로 재탄생시켰고,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총 47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흥행 대박을 친 영화이지요.

최형배 역을 맡은 하정우의 대사 '살아있네~' , 최익현 역의 최민식이 맛깔나게 살린 대사 '내가 인마! 느그 서장이랑 인마! 어저께도 어! 밥묵고 어! 사우나도 같이 가고 어! 마 이XXX야 다했어!!'는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흥행 성적을 뛰어넘는 화제성을 보여주었지요.

특히 하정우와 최민식을 중심으로 출연진들이 다 같이 무리 지어 걸어오는 장면은 장기하와 아이들의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노래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영화 속 명장면으로 뽑히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종빈 감독이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장면을 수정하여 찍은 것입니다.

현대식 간판을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모양으로 일일이 수정할 제작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인물들로 간판을 가린 것인데요. 인물 중심으로 카메라 포커스를 잡고 주변을 아웃포커스로 날린 이 장면이 노래와 함께 최고의 명장면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제작비 많았으면 큰 일날 뻔했습니다.


제작비 15배 매출 수익률 1위
7번방의 선물(2012)

영화 '7번 방의 선물'은 제작비 20억 원 이상 장편 상업 영화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총 61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7번 방의 선물은 누적 매출액 약 914억 원으로 최종 수익률 1498%를 기록했는데요.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 아빠와 그런 아빠를 보기 위해 교도소를 잠입해 들어온 딸의 이야기는 다소 진부한 스토리라는 평가 속에서도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전까지 다소 센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류승룡은 해당 영화를 통해 연기 변신에 완벽 성공했는데요. 더불어 예승이 역의 갈소원과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교도소 동기들까지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이 코믹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했지요.

더불어 영화 속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실 역시 화제가 되었는데요. 1972년 강원도 춘천시 파출소장의 초등학생 딸이 강간, 살해당한 사건을 두고 당시 경찰들이 빠르게 사건을 종결시키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고문시켜 허위자백을 받아냈고 실제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연입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15년이나 옥살이를 한 사건의 실제 주인공은 2007년 허위자백을 강요한 형사들에게 26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지만 손해배상 소송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당했는데요. 영화 상영 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덕분에 2016년 다시 23억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고 하니 영화 7번 방의 선물은 매출 9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듯합니다.


라면부터 과자까지 갈비통닭 열풍
극한직업(2019)

올초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열풍으로 힘을 못 쓰던 한국 영화들 가운데 반전을 맞은 작품이 있습니다. 무려 한국 영화 매출 1위를 기록한 영화 '극한직업'인데요.  순제작비 65억으로 관객 수 1600만 명을 넘기면서 무려 138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며 대박 영화가 되었지요.

사실 코믹 영화는 소위 '중박은 칠 수 있지만 대박은 어려운 장르'로 꼽히는데요. 재미를 위한 요소들이 자칫 유치함으로 변질되어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영화 '극한직업'은 이 같은 장르적 불리함을 넘어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보편적인 웃음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는데요.

7번 방의 선물에 이어 또 한 번 대박 흥행의 주역이 된 류승룡의 탄탄한 연기, 도도한 이미지의 이하늬가 몸을 사리지 않고 코믹하게 망가지는 모습, 연기 구멍 없는 조연들의 활약으로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낸 것도 성공의 요인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이면서도 맛깔난 스토리의 구성이 관객들의 공감을 사면서 천만 관객을 만족시켰는데요. 영화 속 갈비맛 치킨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갈비 통닭은 물론 갈비 과자까지 나오는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