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하이틴 스타 김혜수에게 사인받은 김천 여중생은 이렇게 자랐습니다.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절로 웃음 지어지는 행복한 추억이 있나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중요한 순간 어떤가요? 또래 친구들이 만화를 볼 때 드라마를 보기 위해 점심시간에 몰래 집에 뛰어갈 정도로 드라마 덕후였던 여중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에게 사인을 받은 그 순간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경북의 작은 도시 김천에서 열린 사인회에서 수많은 인파 가운데서 직접 사인을 받고 사진까지 찍는 행운을 누린 여중생은 바로 배우 송윤아입니다. 1988년 중3이던 송윤아는 당시 주말드라마 '순심이'의 열혈 애청자였는데, 해당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혜수가 김천에서 사인회를 연 것. 지방의 소도시에서 연예인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에 김혜수의 사인회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송윤아도 그중 하나였는데요. 놀랍게도 김혜수의 매니저가 애틋한 눈빛으로 김혜수를 응원하는 똘망똘망한 여중생 송윤아를 콕 집어 함께 사진을 찍도록 허락했습니다.

벌벌 떨면서 김혜수의 곁에 선 송윤아는 김혜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 빛나는 스타 김혜수에 비해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서 본인 얼굴은 잘라낸 채 김혜수 언니의 모습만 간직했는데, 사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오려냈지만 김혜수의 곁에 서서 느꼈던 감동과 동경하는 마음을 그대로 품으면서 '배우'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교장 출신의 아버지와 역시 교육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송윤아의 연예계 데뷔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예비고사(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큰 오빠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강남의 한 이비인후과 원장을 맡고 있고 작은 오빠 역시 법대 출신으로 검사가 될 정도의 수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송윤아도 학업에 대한 기대를 많이 받으며 자랐지요.

교육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 자란 송윤아는 남몰래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티 내지 못한 채 오빠들에게 뒤지지 않으며 부모님께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학업에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때 전교회장을 맡기도 한 송윤아는 중학생 때까지 반에서 1~2등의 성적을 유지했지요. 다만 대학 입시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던지 삼수 끝에 어렵게 한양대에 입학했습니다.

삼수를 하면서 오빠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기도 하고 자신감을 많이 잃게 된 송윤아는 대학에 들어간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몰래 연기학원에 다니기도 했고, 유행하던 하이틴 잡지에서 모델 알바도 했습니다. 또 각종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19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에서 금상, 포토제닉상, 쥬리아상 등 3관왕을 수상하면서 공채 17기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은 "TV에 나오면 다리몽둥이를 부러트린다"라며 펄펄 뛰는 상황이었고 이에 송윤아는 무명배우로 단역과 조연을 맡아 연기경험을 쌓는 동시에 중학생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과외알바로 용돈벌이를 했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지요? 데뷔 후 3년 가까이 무명시절을 보낸 송윤아를 안타깝게 여긴 어머니는 소속사 없는 딸을 위해 매니저를 자처했고 어머니의 응원 덕분인지 송윤아는 1997년 '전설의고향'에서 구미호 역을 맡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하사극 '용의눈물'에서도 대선배들 사이 안정적으로 연기를 해낸 덕분에 1998년 드라마 '미스터Q'에서 서브여주로 캐스팅될 수 있었습니다.

미스터Q에서 송윤아가 맡은 역은 주인공인 김희선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 황주리 역이었는데요. 똑단발 머리를 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김희선을 대하는 송윤아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 넘치는 악역이었습니다. 실제로 해당 드라마로 송윤아는 역대 드라마 속 최고의 악역이라는 평가와 함께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후 송윤아는 드라마 '종이학', '왕초', '나쁜친구들' 등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당대 최고의 탑배우들과 호흡을 맞췄고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 시기 송윤아는 최고 신붓감, 최고 며느리감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스타였지요.

2001년 출연한 드라마 '호텔리어'에서 송윤아가 함께 호흡을 맞춘 출연자들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톱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그야말로 전성기 시절 송윤아는 드라마와 영화 모두를 오가며 활약했습니다. 호텔리어가 마무리되자마자 영화 '광복절특사'로 흥행 배우가 되었고 연이어 드라마 '선물'과 '폭풍속으로'까지 배우이자 스타로서 송윤아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특히 광복절특사에서는 기존의 지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넘어서 사랑스럽고 애교 넘치는 푼수 연기를 해내 호평받았는데요. 이 작품으로 인해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극 중에서 소화한 노래 '분홍립스틱'이 큰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열일배우 송윤아가 유일하게 고사한 장르가 있는데, 바로 사극입니다. 신인 시절 '용의눈물'에 출연한 이후 송윤아는 유난히 사극 배역의 캐스팅을 고사했습니다.  '왕과비', '장희빈', '왕의여자', '여인천하' 등에 모두 거론되었지만 참여하지 않았고, 한국 사극의 대부인 이병훈 감독이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지만 모두 고사했습니다. 이때 송윤아가 거절한 작품은 '허준', '상도', '대장금'이었으니 지금은 아쉽지 않을까요?

사극 대신 드라마 '온에어'에서 스타작가 서영 역을 맡아 열연한 송윤아는 연말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동시에 상대역인 박용하와 열애설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실제로 송윤아의 곁에 선 남자는 배우 설경구였지요. 앞서 2006년 영화 '사랑을 놓치다'를 촬영한 후 친한 선후배로 인연을 이어가다가 2007년 가을부터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설경구의 이혼이력 때문에 각종 루머에 휘말려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늘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데다, 배우로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 덕분에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연기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2014년 결혼과 육아에 전념하던 송윤아는 오랜만의 복귀작인 드라마 '마마'에서 엄청난 연기력으로 배우로서 여전한 실력을 입증했고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2016년에는 드라마 The K2에서 오랜만에 악역을 선보이면서 14살 연하의 지창욱과 거리감 없는 투샷을 선보였고 올해는 19금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을 통해 보다 파격적인 연기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화 '돌멩이' 개봉 이후 각종 홍보 관련 행사와 방송을 소화 중인 송윤아는 여전한 미모와 열정으로 열일 중인 모습입니다. 미모도 연기력도 열정도 모두 최고 전성기인 듯 보이는 지금이 송윤아의 진짜 리즈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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