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연예인과 달라! 어나더 레벨의 미술 작품을 그리는 보컬 장인

20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가수 나얼의 소식이 화제입니다. 지난 1999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TV에서 노래를 부른 이후 TV 출연 자체가 전혀 없었던 나얼은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음반과 공연 등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 보컬로 꼽혀왔는데요.

그룹 앤썸 활동 당시 방송 출연 모습(1999년 SBS인기가요)

방송 출연 한 번 없이도 2001년 '벌써 일 년'이 21주 연속 차트 1위, 2002년 '점점'이 8주 연속 1위, 2004년 '정말 사랑했을까'가 6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004년 첫 콘서트와 함께 베일에 싸여있던 나얼의 독보적인 보이스는 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이후 나얼을 대적할만한 국내 남자 보컬들을 찾아 '김나박이'라는 4대 천왕이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대중들의 끊임없는 니즈에도 불구하고 방송 출연을 고사해오던 나얼은 최근 예능 프로 '놀면 뭐 하니'를 통해 20년 만에 TV에 등장했습니다. 방송경력 30년의 유재석조차 '초면'이라고 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프로듀서로 등장한 나얼은 디렉팅 도중에 가볍게 부르는 가이드에서도 독보적인 보컬 실력을 뽐냈습니다.

다만 오랜만의 방송 출연이 부담스러웠던지 방송에 등장하는 내내 나얼의 얼굴은 직접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나얼을 담는 카메라들은 주로 클로즈업 같은 근접 샷보다는 먼 거리에서 단체로 잡거나 나얼과 대화 중인 상대만 촬영하는 구도를 활용했는데요. 아쉬운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려는 듯 정상 동기의 멤버 이동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얼의 모습이 포착된 사진을 대방출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사진은 녹음실이 아닌 전시장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달 4일 개최해서 오는 7월 4일까지로 예정된 나얼의 전시회 '나얼의 음악세계:Music Industry'에 들른 '정상동기' 멤버들의 모습인데요. 이번 전시를 통해 나얼은 음악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음악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번 전시는 뮤지션으로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NAMMSE'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지만, 사실 나얼은 가수 활동과 별개로 꾸준히 미술활동을 이어온 화가입니다. 이모와 고모가 모두 화가인 덕분에 유전과 환경 모든 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한 나얼을 초등학교 때부터 예중 입시미술을 했습니다.

서울 변두리에 살면서 10살 남짓 나이에도 그림을 그리느라 10~11시가 되어야 귀가했던 초등생 나얼은 예중 입시에 실패하면서 대부분 합격생들이 돈많은 강남 아이들인 것을 알고 상처를 받았는데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가서도 미술을 포기하지 않았고 대학 전공까지 순수미술을 공부했습니다. 

그림에 대해 "힘들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본능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 나얼은  계원조형예술대학 매체 회화, 단국대 미대 서양화과, 단국대 디자인대학원 조형예술학 석사 등을 거치면서 미술학도로 길을 꾸준히 걸었습니다.

다만 1998년 그룹 앤썸으로 가요계에 데뷔했고 2001년 브라운아이즈로 재데뷔한 이후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이자 보컬리스트 나얼로 너무 유명해지는 바람에 '연예인 출신 화가'라는 오해를 받게 된 것.

어린 시절 장래희망란에 '화가'를 적어낸 이후 단 한 번도 미술활동을 쉬어본 적이 없다는 나얼은 "음악과 미술을 둘 다 내게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다. 둘을 구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심취해있던 흑인음악은 나얼의 음악에도 미술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 하나 나얼의 미술에 빠지지 않는 것은 종교인데요. 매일 성경을 필사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나얼은 지난해 4월 자신의 10번째 개인전 제목을 '염세주의적 낙관론자'로 내세우고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자신의 예술 활동에 믿음과 신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바탕이라고 말하는 나얼이지만, 그의 미술작품은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가 보더라도 미적 가치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명 깊은 작품들입니다. 특히 나얼만의 감각이 가장 잘 드러난 콜라주 작품들은 과거와 현재, 그림과 텍스트, 미술과 음악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십화점 온라인마켓

그리고 최근 전시에서 나얼은 미술작품의 전시뿐만 아니라 캡슐 컬렉션의 판매까지 도전했습니다. 편집숍이자 패션아트 플랫폼인 시화점과 협업하여 나얼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티셔츠, 백, 슬립 매트 등을 제작 판매하는 것인데, 온라인스토어 단독으로 발매된 해당 제품들은 1인당 1회 구매만 가능함에도 이미 품절된 상품이 많습니다.

instagram@rrace

한편 나얼은 "내 자존심이 더 신경 쓰이는 쪽은 음악보다 미술"이라면서 작품 전시를 할 때만큼은 가수 출신이 아닌 화가 유나얼 자체로 봐주길 당부했습니다. 최소한 유나얼 작가를 구혜선, 솔비, 하정우, 이혜영 등 연예인 출신 작가들의 목록에 함께 묶는 실수는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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