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부터 주연 맡았다는 뮤지컬배우가 드라마 오디션 100번 본 이유

'연극배우 출신', '뮤지컬배우 출신'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무대연기와 매체연기의 경계는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무대연기에서 내공을 쌓은 배우들이 매체로 자리를 옮긴 후 무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최근 배우들은 영화와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매체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연기활동을 이어가고 있지요. 

드라마 슬기로운의사생활2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뮤지컬 작품의 여주인공을 소화하면서 드라마 출연으로 시청자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은 배우가 있습니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는 귀한 배우 하나를 TV드라마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까지 들게 한다는 주인공은 배우 박지연.

드라마 슬기로운의사생활2

배우 박지연은 드라마 '슬기로운의사생활'의 새로운 시즌 첫 회에 등장해서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습니다. 극중 산부인과 조교수 김대명의 전부인 윤신혜 역으로 출연한 박지연은 눈에 띄는 미모와 여운을 남기는 연기 덕분에 드라마 방영 직후 포털사이트 검색순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받았는데요. '슬의생' 팬들 사이에서 "전처가 너무 예뻐서 추민하 응원 못하겠다"라는 귀여운 투정이 나올 정도. 

뮤지컬 드라큘라

드라마 팬들에게는 이제 막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뮤지컬 무대에서 박지연은 이미 베테랑 배우이자 톱스타입니다. 현재 뮤지컬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인 작품 '드라큘라'의 여주 역시 박지연이 맡고 있는데, 데뷔하자마자 주목받은 박지연의 뮤지컬 데뷔는 의외로 우연히 기회에 찾아왔습니다. 

학창시절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던 평범한 여고생 박지연은 교내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친언니가 노래를 좋아해서 무작정 따라 좋아하던 것이 남녀공학인 고등학교 시절 교내 록밴드의 보컬까지 맡게 되면서 진짜 꿈으로 발전했지요. 

데뷔 초 모습

서문탁의 '사미인곡'을 부르면서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박지연은 자연스럽게 실용음악과 입시도 준비했는데요. 막상 입시를 앞두고는 연기에까지 욕심이 나면서 재수를 통해 서울예대 연기과에 진학했습니다. 다만 가수를 꿈꾸다가 연기과에 온 박지연은 뒤늦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그 시기 박지연의 노래실력을 눈여겨 본 학과 선배들이 뮤지컬 '맘마미아'의 오디션 참가를 권유했습니다. 

데뷔 초 모습

뮤지컬 '맘마미아'의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박지연은 그저 작품 속 'ABBA'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용감하게 오디션에 나섰습니다. 영화 '맘마미아'를 보고 연습한 탓에 배우 아만다사이프리드의 느낌을 가지고 오디션 연기를 펼쳤는데, 실제로 연출가 폴 개링턴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오디션장에 들어온 박지연을 보자마자 '아만다사이프리드'를 떠올리며 '소피' 역으로 낙점했다고. 

뮤지컬 맘마미아

대학 1학년 재학 중에 참가한 첫 오디션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행운을 거머쥔 박지연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30년 차 베테랑 배우 최정원과 모녀 호흡을 맞추면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해냈고, 2년 가까이 전국을 다니며 공연한 끝에 작품 하나만으로도 2년 차 배우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미남이시네요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지 않기 위해 박지연은 누구보다도 더 노력했습니다. 2012년 드라마를 각색한 작품 '미남이시네요'에서는 앞선 작품에서 고수하던 긴 머리를 과감하게 커트하고 완벽 변신까지 해냈습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이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초연에서 '에포닌' 역을 맡으면서 한국형 에포닌 캐릭터를 만들어냈는데요. 해당 작품을 통해 박지연은 2013년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의 여우신인상을 휩쓸면서 뮤지컬계의 행운아가 아닌 실력파 신예로 인정받았습니다. 

뮤지컬 맘마미아

뮤지컬 '고스트'에 함께 출연한 배우 주원, 2016년 재출연한 뮤지컬 '맘마미아'에 더블 캐스팅된 소녀시대 출신 서현 등 TV와 무대를 오가며 연기활동을 펼치는 동료들의 영향이었을까요? 박지연은 뮤지컬계에서 인정받는 스타가 된 이후 꾸준히 매체연기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뮤지컬 무대와 달리 완전한 '신인'의 입지로 돌아간 박지연은 2015년 드라마 '오 나의 귀신'을 시작으로 본격 매체 연기에 도전했지만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박지연은 2019년 드라마 '해치' 출연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연 시작한 지 10년째인데 방송에서는 신인이다. 오디션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디션을 지금까지 100번은 넘게 본 거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디션을 보면서 소중하고 감사하게 얻은 기회를 경험하게 되니 더 겸손해지는 것 같다"면서 비교적 단기간에 인정받은 뮤지컬 무대와 달리 매체 연기에서 얻은 어려운 기회들이 매체 연기는 물론 무대 연기까지 모든 면에서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고 전했습니다. 

드라마 해치/ 라이프
드라마 비밀의숲2

무대 위 톱스타로서의 위치를 내려놓고 꾸준히 오디션에 도전한 박지연의 진가는 자연스럽게 돋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스터션샤인에서 변요한 엄마 누구지?', '라이프에 그 여자의사 연기 잘하더라'라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지난해 '비밀의숲2'에서 정민하 역을 맡으면서 극을 이끄는 주요 배역을 해냈습니다. 

뮤지컬 시라노
뮤지컬 레베카

오랜 시간 꿈꾸던 매체 연기의 성공 가도에도 박지연은 무대연기 역시 놓치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빨래'를 통해 소극장 공연에 도전하는 한편, 대작 '레베카'에서 '이히(나)' 역을 맡아 의외의 캐스팅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완벽하게 공연을 마무리했습니다. 

2014년 뮤지컬 폴링인원스에 더블캐스팅된 전미도와 박지연

한편 뮤지컬계 스타이면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대중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는 점에서 박지연은 선배 배우 전미도와 비교되기도 하는데요. 두 배우 모두 매체 연기로 호평을 받은 이후에도 무대 연기에 소홀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instagram@parkdelay

그리고 박지연이 넷플릭스 '모범가족'을 통해 첫 주연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슬의생'을 통해 박지연 배우의 연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대중들은 기대에 찼습니다. 제2의 전미도를 넘어 배우 박지연 그 자체로 무대와 매체를 오가는 대배우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 행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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