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절 용돈 주며 뒷바라지 한 아내가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상 수상한 남편에게 한 말

"내가 빚더미에 앉아도 날 사랑할까" "내가 불치병에 걸려도 날 사랑해줄까"
한 번쯤 자신의 연인에게 이러한 의문을 가져본 적 있지 않나요? 누구나 현재 자신이 가진 조건이나 겉모습이 사라지더라도 상대가 온전히 '나 그 자체'만으로 사랑해주길 바라지요.

돈이 없어서 장인어른에게 도시가스비 낼 돈을 빌리던 시절이나 칸영화제에 참석하는 대배우가 된 지금에나 한결같이 자신을 응원해준다는 아내를 자랑한 배우가 있습니다.


떡볶이 국물로 배 채우던 시절
대시도 프러포즈도 먼저 해준 아내

유독 무명시절이 길어 신혼생활을 즐기지 못했다는 주인공은 바로 배우 이성민입니다. 경북 봉화 출신인 이성민은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24살이던 1991년 대구의 한 극단에 들어갔는데요. 지역 극단 생활은 배고픔 그 자체였고 이성민은 극단에서 주는 라면이나 국수 외에는 끼니를 때울 수조차 없었지요. 떡볶이 천 원치를 사며 국물을 많이 달라고 해서 그 국물을 마셨다가 배탈이 날 정도였습니다.

힘든 시기에 나타난 인연이 더 소중한 걸까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꿈을 위해 열정을 쏟던 그때, 이성민은 현재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현대무용을 전공한 아내가 당시 이성민이 출연하던 연극의 안무를 맡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지요. 다만 이성민은 아내의 첫인상이 다소 세 보여서 "재수 없었다"라고 회상했는데요. 그와 반대로 이성민의 아내는 연기에 빠진 이성민을 매력적으로 느꼈고 이성민에게 먼전 전화를 걸어 "계속 연락해도 되겠냐"라며 대시했습니다.

당돌한 아내의 고백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3년간 결혼은 하지 말자"라는 특별한 조건을 달고 본격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무명배우로서 결혼할 여력이 없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한 약속이었지만 그 역시 용감한 아내 덕분에 깨졌고 연애 1년여만인 이성민은 33살, 아내가 29살이던 해에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6년간 생이별에도
용돈 주며 뒷바라지한 아내

돈이 없어 사과 한 박스를 사들고 장인 장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갔다는 이성민은 결혼을 반대하지 않은 처가 식구들 덕에 단돈 200만 원 만을 들고 신혼살림을 차렸는데요. 형편이 어려워 아이는 늦게 가질 계획이었지만 뜻밖의 허니문 베이비가 생겼고 당시 수입이 0원에 가까웠던 이성민은 임신 소식에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이성민의 연기 열정을 꺾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이성민은 서울의 대학로로 떠났고 아내는 대구에서 혼자 갓난쟁이 딸아이를 키우게 되었지요. 그렇게 서울과 대구에서 각자 떨어져 지낸 것이 무려 6년이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이성민은 주말에 아내와 딸을 보기 위해 대구에 내려갈 때면 KTX가 아닌 버스 막차를 타고 갔고 택시비가 아까워서 터미널에서 집까지 두 시간 이상 걸어갔습니다.

주말에 집에 들른 이성민에게 아내는 "그만두라"라는 말 대신 10만 원 용돈을 쥐여줬습니다. 당시 아내는 현대무용 전공을 살려 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갔고 도시가스 요금 낼 돈도 부족해 장인어른의 카드로 대신할 형편이었는데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남편의 꿈을 지지했고 장인 장모 역시 단 한 번도 이성민에게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아내가 준 10만 원에서 오가는 차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는 이성민은 새벽에 연습을 마치고 택시비가 아까워서 PC방에서 첫 버스가 다닐 때까지 버틸 정도로 열정이 넘쳤는데요. 다만 이후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왔을 때 형편이 어려워 딸아이에게 고기를 못 먹인 것은 지금까지도 목이 메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성민은 최근 한 예능에 출연해 당시 1인분에 천 원하는 대패 삼겹살을 마음껏 못 먹인 생각이 나서 지금도 대패 삼겹살은 안 먹는다고 전했지요.


칸영화제 입성한 배우도
아내에겐 그냥 '남편 이성민'

오랜 무명 생활 끝에 2004년부터 드라마에 단역과 낮은 비중의 조연으로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이성민은 2008년 출연한 드라마 '대왕세종'의 최만리 역과 2010년 출연한 드라마 '파스타'의 설준석 역 등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는데요. 어느새 이성민은 드라마와 영화계에서 제작진들이 믿고 맡기는 조연으로, 시청자와 관객들에게는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받았지요.

그리고 2012년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주인공 최인혁 역을 맡으며 본격 주연급 배우로 등극했는데요. 무엇보다도 2014년 드라마 '미생' 속 이성민의 연기력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덕분에 이성민은 2015년 제51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지난해 이성민은 백상예술대상에서 두 번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영화 '공작'을 통해 받은 영화부문 수상이었지요. 재밌는 사실은 수상한 당일 이성민이 상을 들고 집에 들어가자 아내가 처음 한 말이 "음식물 쓰레기 좀 버리고 들어와"였다는 것인데요.  이에 이성민이 "나 지금 상 받고 왔다고"라며 발끈하자 아내는 "그래서?"라고 되물었다고 하네요.

무명시절 돈 못 버는 남편이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았듯 톱배우가 된 지금도 여전히 평범한 남편 그 자체로 봐주는 이성민 아내의 모습이 어쩌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이런 아내도 칸 영화제에 참석했을 당시만큼은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8년 이성민은 영화 '공작'으로 칸 영화제에 초대받았고 그 자리에 아내와 동행했지요.

영화제의 드레스코드를 맞추기 위해 일주일 동안 옷을 보러 다녔다는 이성민의 아내는 이성민과 함께 레드 카펫을 밟으며 무척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지역 극단에서 연극을 하던 시절부터 대학로 무명배우를 거쳐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칸 영화제에 입성하기까지 이성민이 배우로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데는 아내의 몫이 컸기 때문에 이성민의 아내는 레드 카펫의 주인공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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