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연아 꿈꾸던 피겨 꿈나무가 기생충 금수저 된 근황

피겨여왕 김연아의 미모는 우연이 아니었던 걸까요? 한채영과 송혜교는 학창시절 피겨 선수로 활약하다가 연예계로 진로를 바꾼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또 한 명의 피겨선수 출신 배우가 천만 관객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흥행을 이어가며 소름 끼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피겨 꿈나무 현승민에서 아역배우 현승민으로 변신한 이후, 최근에는 영화 '기생충'에서 최우식과의 키스신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어엿한 성인 연기자 정지소를 만나봅시다.

2012년 1월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 '분당초6' 소속으로 출전한 현승민 선수는 당시 피겨 꿈나무로 소개되었습니다. 밝은 연두색의 피겨 의상을 입고 올백머리를 한 14살 소녀는 남다른 표현력으로 빙상 위를 누볐는데요. 완벽한 점프는 아니었지만 스핀 하는 모습만큼은 빙상 위의 요정이나 다름없었지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피겨를 시작했다는 현승민 선수는 본격적으로 훈련에 나선지 단 6개월 만에 롯데월드배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주니어 부문 금메달을 차지하며 피겨계의 유망주로 떠올랐는데요. 이후 각종 대회에서 주목받는 피겨 꿈나무로 성장하고 있었으나 중1이 되던 2012년 1월 대회를 마지막으로 또 다른 꿈을 위해 피겨를 포기했습니다.

현승민 선수가 스케이트화를 벗고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연기였습니다. 이전까지 운동에 쏟아붓던 열정과 노력을 연기공부에 대입시켰던 덕분인지 현승민은 연기자 트레이닝 단 2개월 만에 드라마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주말드라마에 전격 캐스팅되었는데요. 처음으로 도전한 드라마 '메이퀸'에서 현승민은 해품달을 통해 아역계의 스타로 떠오른 김유정과 대립하는 역을 맡았고, 첫 회부터 김유정과 뺨을 때리며 싸우는 장면을 찍는 등 쉽지 않은 촬영이 이어졌지요.

"처음 해보는 연기지만 너무 재미있고 기대가 된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힌 현승민은 김유정을 비롯해 박지빈, 박건태 등 스타급 아역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차게 연기를 이어갔고, 당시 작품에서 8회까지 이어진 아역들의 연기는 호평과 함께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첫 작품 '메이퀸'을 통해 단번에 아역 유망주로 떠오른 현승민은 연이어 수많은 작품에 러브콜을 받았는데요. KBS 아침드라마 '삼생이'에서 여주인공의 아역으로 출연할 당시에는 'VJ특공대'를 통해 아역배우로서의 활동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현승민의 매니저는 빼곡히 적힌 현승민의 스케줄표를 보여주며 현승민의 한 달 수익이 대기업 사원과 맞먹는다고 전해 놀라움을 주기도 했지요.

수많은 아역배우 지망생들과의 경쟁에서도 현승민이 데뷔 직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데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연기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드라마 '기황후'에서 하지원의 아역으로 출연한 현승민은 어린 나이에 엄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했던 주인공의 아픔을 완벽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는데요.

이후 드라마 '내 생애 봄날'을 통해 감우성의 딸로 등장해 엄마를 떠올리며 최수영에게 끌리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더불어 숨길 수 없는 모태미모 역시 아역배우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데요. 하지원, 한지민, 구혜선, 한효주 등 우리나라 대표 미녀의 어린 시절을 싱크로율 높게 그려낼 수 있었던 비결이 된 것입니다.  

다만 데뷔 직후 단번에 아역스타가 된 듯 보이는 현승민에게도 연기자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첫 작품부터 큰 역할을 맡는 바람에 부담이 큰 데다 촬영장에서는 김유정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에서 스태프들의 한숨소리와 비교하는 말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는데요. 그때마다 피겨를 할 때 쌓아온 정신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현승민은 이후 배우 최민식과 양미경 등 대선배들의 연기를 덕질하듯이 보고 따라 하며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대호'에서 꿈에만 그리던 선배 최민식과 호흡을 맞추며 함께 연기를 할 기회까지 생겼지요. 이후 연기공부에 대한 욕심으로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입학하며 2년 남짓 연기활동을 쉬는 듯 보였던 현승민은 학교도 그만두고 이름까지 '정지소'로 바꾸며 완벽한 성인 연기자로 재정비해 등장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처음 출연한 작품은 무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지요. 큰 배역은 아니었지만 최우식의 여자친구로 등장한 정지소는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아카데미 4관왕으로 세계를 휩쓴 '기생충' 열풍에 힘입어 충무로의 떠오르는 루키가 되었습니다.

이후 드라마 '방법'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직후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정지소는 "나는 기생충 찍으면서 별로 고생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선배들이 현장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이었다"라며 "나는 기생충 출신의 금수저라고 할 수 있다. 그 작품 덕분에 '방법'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기생충을 통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지소가 드라마 '방법'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된 것은 기생충의 이름값이 아닌 무려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한 덕분입니다. 숏커트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까지 감행한 정지소는 저주의 힘을 가진 10대 소녀 방법사라는 신비로운 캐릭터를 잘 그려내고 있는데요.

지난 2016년 정지소는 성인연기에 대한 부담을 묻는 질문에 "대중들이 무슨 작품에서 나온 현승민이라는 걸 잘 구분하지 못한다"라며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장점이다"라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 정지소는 이제 기생충의 다혜로 누구나 아는 배우가 되었지요. 성인 연기자로서 안정적인 출발을 알린 정지소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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