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디까지 봤니?

연기 너무 잘해서 베트남 사람인 줄 오해받았다는 배우

체크비하인드 2020. 4. 25. 08:46

악플이 사회적 문제이긴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기쁘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바로 악역을 맡은 연기자가 극에 몰입한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는 경우이지요. 악역을 맡은 배우가 실제로 미워 보이는 것은 그만큼 연기를 실제처럼 잘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더한 경우도 있습니다. 워낙 배역을 잘 소화한 덕분에 국적을 의심받은 경우인데요.

데뷔작에서 워낙 자연스럽게 연기를 소화한 덕분에 베트남 사람으로 오해받았다는 주인공은 배우 신현빈입니다. 2010년 영화 '방가방가'에서 베트남 출신 과부 역을 맡으면서 연기자로 데뷔한 신현빈은 사실 2009년 2월에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를 졸업한 미대언니인데요. 고등학교 시절 연극동아리에 들어 활동하면서 연기의 꿈을 키우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미술전공이 보다 현실적인 장래희망이라고 생각해서 미술학도의 길을 걸었지요.

다만 대학에 들어와 미술전공자로서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면서 오히려 연기에 대한 꿈은 커졌습니다. 작가나 전시기획자가 되리라던 목표는 배우면 배울수록 스스로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닫게 했지요. 오랜 기간 심사숙고 끝에 결심한 일이니만큼 미술에 대한 미련도 더 이상 없었고 연기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찬 덕분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졸업 직후인 2009년 여름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본격 오디션을 보러 다닌 신현빈은 놀랍게도 한 달여 만에 영화의 여주인공에 캐스팅되었습니다. 바로 데뷔작인 '방가방가'인데요. 실제 베트남 여배우를 캐스팅할 예정이었던 해당 배역에 연기경험이 전무한 신현빈이 캐스팅되었고 놀랍게도 그는 진짜 베트남 사람보다 더 베트남 사람처럼 완벽한 연기를 해냈습니다.

배역이 확정된 직후부터 베트남 사람들의 말투와 행동을 연구하기 시작한 신현빈은 실제 베트남 유학생에게 말투를 배워가며 대사를 익혔습니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배역이니만큼 일상생활에서 욕을 섞어 쓰는 노력까지 했지요. 그 결과 관객들은 그가 실제 베트남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신현빈은 데뷔하자마자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SBS '무사백동수'를 통해 드라마 여주인공까지 꿰찬 신현빈은 어쩐지 데뷔 초 놀라울 정도로 빨랐던 성장과 달리 해당 작품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미술전공으로 대학졸업까지 마치느라 25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자가 된 신현빈으로서는 조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신현빈은 오히려 연기를 시작하기 이전에는 데뷔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며 조바심이 난 것도 사실이지만 데뷔 후에는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천천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지요. 실제로 신현빈은 연극과 독립영화 등 연기무대를 가리지 않았고 드라마 '발효가족'에서는 일본에서 자란 동포 역을, 영화 '어떤 살인'에서는 언어장애가 생긴 인물 등 쉽지 않은 배역도 가리지 않고 도전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연기경험을 쌓아가던 신현빈은 2017년 영화 '공조'에서 현빈의 아내 역으로 출연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짧은 분량이었지만 탕웨이와 이나영을 섞어놓은 듯한 외모와 완벽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탁월한 연기력은 관객들을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우아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이미지 덕분일까요? 영화 '공조'에서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한 신현빈은 이후에도 각종 영화에서 슬픈 사연을 겪는 비련의 여인을 맡았습니다. 영화 '변산'에서는 박정민의 첫사랑이자 변산 여신 '미령' 역을 맡았고 영화 PMC:더벙커와 클로젯에서는 연이어 하정우의 아내 역을, 영화 '힘을내요, 미스터리'에서는 차승원의 아내 역을 맡아 여운이 남는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드라마를 통해서는 보다 다양한 배역을 맡아 열연했는데요. '추리의여왕'에 출연 당시 통신사 광고의 방영과 시기가 맞물려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신현빈은 이후 '미스트리스'에서 미스터리한 정신과 의사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자백'에서는 거대한 비밀과 아버지의 죽음이 맞물린 혼란 속에서도 진실을 좇는 주인공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 덕분에 호평을 받기도 했지요.

데뷔 10주년을 맞은 올해 신현빈은 화제작 두 편에 연이어 출연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영화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무려 전도연과 연기호흡을 맞춘 것인데요. 현장에서 집중력이 좋은 전도연을 보며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는 신현빈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연기를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은 이유도 "더 잘하고 싶다"라는 욕심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영화 개봉에 맞춰 진행한 인터뷰에서 신현빈은 10년 연기경력에 비해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본다면서 "늘 새로운 이미지로 보이는 것이 배우로서 장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장점이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슬기로운의사생활'을 통해 보다 친숙하고 귀여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기 때문이지요.

해당 드라마에서 유연석을 짝사랑하는 후배의사 '장겨울' 역을 맡은 신현빈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밝고 엉뚱한 캐릭터를 맡아 보다 친근한 이미지로 변신했습니다. 안경 뒤로 보이는 동그랗게 뜬 눈동자에는 짝사랑 중인 이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지요. 유연석이 슬쩍 건넨 몽쉘에 심쿵 해서 망부석이 된 모습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녹아내리게 하는데요.

코믹과 로맨스, 미스터리, 스릴, 메디컬, 휴먼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내공을 쌓아온 신현빈이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모습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