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부가 이 일 하셨는데..." 조승우가 3번 거절한 영화가 있다고?

배우 원빈은 원하는 작품, 원하는 배역을 만나지 못해 10년째 차기작을 고르는 중입니다. 이에 대해 아내 이나영은 "원빈 씨는 영화를 통해,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아직 그런 것이 많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배우마다 작품을 선정하는 데는 나름의 기준이 있을 텐데요. 배우 조승우는 "배우로서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배역을 맡아야 한다는 고집이 좀 있다"면서 "후회할 작품은 선택하지 말자는 것과 선택했으면 후회하지 말자는 것이 내 기본적인 생각"이라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은 선택받지 못한 작품입니다. '후회할 작품'이기 때문인데, 실제로 우민호 감독의 캐스팅 제의를 세 차례나 거절했다는 조승우의 거절 사유는 팬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 합니다.

영화 '내부자들' 속 우장훈 검사 역을 제안받은 조승우는 우선 "검사 역이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첫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스스로 밝히기로 "막내 이모부가 검사 출신이신데 강직하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이모부를 떠올리니 막연히 자신이 없었다"라며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검사 역할을 하기에 나이도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지요.

그리고 조승우는 남자들만 우르르 몰려나오는 사회 고발적인 내용의 시나리오 자체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남자들의 야욕이 얽히고설켜 있는 시나리오가 솔직히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라는 조승우는 주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재밌는 시나리오에 참여하지 않느냐"라고 적극 추천하는 바람에 '내가 영화 보는 감이 떨어졌나'라고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조승우는 주변인들의 추천을 믿고 자신의 주관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번만큼은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타인의 추천에 의해 작품에 도전해보자"라고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다만 작품 선택의 마지막 관문은 바로 이병헌이라는 대배우. 조승우는 이병헌, 백윤식이라는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합을 맞추는 작품에 대한 부담 역시 컸습니다.

실제로 조승우는 '내부자들' 제작보고회에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찍었다가 오징어 돼서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다"라며 출연을 망설이던 당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역으로 영화 출연을 최종 선택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는데요. 조승우는 자신이 배우가 되기 전부터 이미 스타였던 이병헌과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조승우의 마음을 눈치챘던지 세 차례나 캐스팅을 거절한 조승우에게 "제발 얼굴만 한 번 보자"면서 남산 근처 카페에서 만난 우민호 감독은 대뜸 조승우에게 "이 작품에 출연 안 하면 당신 손해다. 이번 기회 아니면 언제 또 이병헌이란 배우와 연기를 해보겠냐"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조승우는 "기회는 또 있지 않을까요?"라며 강력한 방어를 했지만 결국 "이병헌 조승우가 한 영화에 나오면 관객들에게 큰 선물이 될 거다"라는 감독의 연이은 설득에 최종 합류했지요.

감독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조승우에게 "시나리오에 있는 우장훈 검사는 다 잊으라"라며 "조승우란 배우 자체의 에너지가 뜨거우니 그걸 영화에서 한껏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민호 감독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 그대로 대사하는 것보다는 배우들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기하길 원하는데요.

특히나 조승우가 맡은 우장훈 검사는 원작 웹툰에 없는 역할이라 캐릭터 설정이 쉽지 않았지만 조승우는 서울말과 경상도 사투리를 애매하게 오가는 말투를 설정했고 대사 속 욕설은 모두 애드리브로 해낼 정도로 거침없이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찍으면서 조승우는 자신이 꿈꾸던 이병헌과의 연기 호흡도 완벽히 해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이병헌과 달리 술을 즐기지 않는 조승우는 친해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없다는 생각에 먼저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다가갔는데요. 조승우의 적극적인 대시(?!)로 급격히 친해진 두 사람은 현장에서 자유롭게 상의하고 연기의 합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검사 역할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병헌 옆에서 오징어 될까 봐 두렵다? 조승우의 발언들은 결과적으로 엄살이 되었습니다. 검사 역할을 했다기보다는 우장훈 검사 그 자체가 된 조승우는 이병헌과 완벽한 연기의 합을 선보였고 영화 '내부자들'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최초로 관객 수 900만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다던 검사 역할에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요? '내부자들' 이후 줄곧 뮤지컬 무대에 서온 조승우는 또 한 번 검사 역할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드라마 '비밀의 숲' 황시목 검사 역인데요. 이 작품이야말로 연기자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우선 '내부자들'에 이어 또 한 번 '검사'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연기에 있어서 '자기복제'에 대한 부담이 있는 데다 심지어 극중 황시목은 뇌수술로 인해 감정 기능이 거의 상실된 캐릭터라서 배우로서 연기표현에 제한이 너무나 큰 역할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조승우에게 오히려 도전정신을 일깨웠습니다. 조승우는 '비밀의숲' 제작발표회에서  "뮤지컬 무대에 많이 서고하다 보니까 스스로 과잉된 감정을 선호하게 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 중 이 작품의 대본을 받았는데 감정이 없는 캐릭터였다"면서 "내가 살면서 언제 또 이런, 감정 없는 역할을 맡겠나 싶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얼굴로만 연기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 새롭기도 했고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락하게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감정이 없다고 해서 생각과 표정까지 없지는 않다"라며 자신감을 보이던 조승우는 그야말로 완벽한 연기를 해냈습니다. 같은 검사 역할인 전작의 영화 '내부자들' 속 우장훈 검사와 전혀 다른 인물을 만들어냈지요. 표정과 말투에 미세한 변화를 주면서 긴장감을 만들고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감을 만들어 내는 조승우의 연기는 "조승우가 곧 장르"라는 찬사를 자아냈습니다.

그리고 3년 만에 황시목 검사가 돌아왔습니다. 처음 '비밀의숲'의 단 2회 분량 대본을 읽고 신선한 충격에 단번에 작품을 선택했던 조승우는 시즌2의 대본을 읽고도 "전혀 예상치 못한 설정이었기에 다시 한 번 작가님의 대본에 놀랐다"라고 감탄했는데요.

놀라운 대본에 더 놀라운 조승우의 연기가 어떤 조화를 이룰지 기대를 모으면서 비밀의숲 시즌2의 첫방송은 시청률 10%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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