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최연소 뽀미 언니가 연이어 19금 영화만 찍었던 이유

데뷔 직후 일약 스타덤에 올라 어려움 없이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배우가 있는 반면 오랜 기간 무명시절을 거쳐 뒤늦게 빛을 본 배우들도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청룡영화제를 시작으로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까지 접수한 이 배우 역시 오랜 기간 작품 흥행과 수상에 복이 없기로 소문난 배우이지요.

동안의 미모와 매력적인 몸매 때문에 오히려 뛰어난 연기력이 주목받지 못해 아쉬움을 샀던 주인공은 바로 기생충의 히로인 조여정입니다. 1997년 17살의 나이에 잡지 모델로 데뷔한 조여정은 사실 연예계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잡지사 모델에 지원한 건 아니었는데요.

1남 3녀 중 둘째 딸로 워낙 엄한 아버지 밑에 자라다 보니 연예인보다는 교육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호기심에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잡지사에 사진을 보낸 것이 모델로 덜컥 합격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한 것이지요.

선생님을 꿈꾸던 여고생 조여정이 우연히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출연한 방송은 다름 아닌 어린이 프로 뽀뽀뽀입니다. 어찌 보면 선생님이 되겠다던 꿈을 보다 빨리 이룬 셈이지요. 17살 나이에 최연소 뽀미 언니가 된 조여정은 이후 가요 프로그램의 VJ를 맡았고 최정상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 시트콤 '남자셋여자셋'의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에 도전한 조여정은 이후 청춘시트콤 '나어때'에 주요인물로 출연하면서 본격 연기활동을 시작했지요. 성인이 되기도 전에 시트콤의 주요 배역을 따내고 이후에도 꾸준히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입지를 다져온 조여정은 신인 연기자로서 어렵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만 동갑내기 친구이면서 시트콤 '나어때'를 통해 함께 신인시절을 보낸 송혜교가 2000년 성인이 되자마자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이 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에 비하면 조여정은 꾸준한 연기활동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편이었는데요.

친구인 송혜교가 드라마 '호텔리어'로 연이어 드라마 여주인공을 따내고 절친 옥주현이 핑클로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 조여정은 출연 섭외가 없어서 연기활동이 아닌 어린이 프로그램 '동화나라 꿈동산' 진행을 맡았고 2002년 처음으로 도전한 영화에서 주인공의 친구 역으로 출연했을 뿐이지요.

이후에도 매년 1~2개 작품에 꾸준히 참여한 조여정은 드라마 야인시대, 장희빈, 태양의 남쪽, 애정의조건 등에서 크지 않은 배역으로 출연했고, 2006년에는 일일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면서 첫 주연을 맡기도 했습니다.

일일드라마와 시트콤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조여정은 2008년 최고 인기 예능이던 '우리결혼했어요'에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는데요. 다만 데뷔 12년 차이던 당시에도 배우 조여정에게 대표작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드디어 조여정의 배우 인생에 첫 번째 전환점이 된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영화 '방자전'이지요. 춘향전을 과감하게 전복시킨 해당 작품은 고전을 새로이 해석한 작품의 완성도와 함께 조여정의 화끈한 노출 연기가 두고두고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 속 춘향의 적극적이고 대담한 성격에 반해 노출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작품을 선택했다는 조여정은 실제로 작품 속에서 대담한 노출만큼이나 멋진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청소년관람불가의 등급에도 불구하고 방자전은 29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영화 상영 이후 조여정은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30대 여배우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흥행배우의 이름표가 붙은 조여정이 선택한 후속작은 의외였는데요. 방자전의 노출 수위를 능가하는 영화 '후궁:제왕의 첩'을 선택한 것이지요.

당시 인터뷰에서 조여정은 '왜 또 벗었냐'라는 다소 노골적인 기자의 질문에 "관객들의 수준이 낮지 않다고 믿는다"라며 좋은 작품이라고 판단해서 노출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었다고 전했는데요. '노출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속상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도 "관객이 제 영화를 찾아와 주지 않는 게 속상한 거지 그런 게 속상할 건 없다고 본다. 일단 영화 보러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좋은 건 좋을 대로, 부족한 건 부족한 대로 지적받고 싶다"라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관객이 찾지 않는 것이 배우로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하는 조여정은 20대 때 부족했던 활동의 한을 풀기라도 하는 듯 예능프로 '정글의법칙'에 출연한 직후 영화 표적에 이어 인간중독까지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영화 '인간중독'은 방자전으로 한번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김대우 감독과의 재회였는데요.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이지연의 과감한 노출에 가려 화제성은 덜했지만 작품 속 연기만큼은 완벽했고, 덕분에 해당 작품을 본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에 캐스팅하기로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영화 '인간중독'에서 조여정은 김대우 감독과 재회했지만 방자전에서 보여준 농염한 섹시미를 완전히 벗고 남편을 몰아붙이는 '사모님'으로 완벽히 연기변신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조여정은 완벽한 연기변신과 더불어 완벽한 다이어트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는데요. 글래머러스한 조여정의 몸매는 늘 최고였지만 운동을 통해 다져진 건강미는 배우 조여정의 열정과 성실함을 보여준 덕분에 대중들의 감탄을 자아냈지요.

이후 영화 워킹걸을 통해 첫 번째 코미디작품이자 무려 네 번째 청불영화에도 도전한 조여정은 의외의 작품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게 되는데요. 4부작의 짧은 드라마 '베이비시터'에서 조여정은 남편의 불륜에 분노해 살인자로 전락하는 아내 역을 맡아 질투와 분노, 열등감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덕분에 작품은 3~4%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해당 작품을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조여정이 저렇게 연기를 잘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베이글녀의 타이틀로 주목받아온 배우 조여정은 자신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해내며 돌직구 행보를 이어온 덕분에 결국 배우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2016년 '베이비시터'를 통해 단막극 부문 연기상을 수상하며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서 첫 수상의 기쁨을 누린 조여정은 이후에도 꾸준히 주어진 연기에 열정을 다해왔고 2019년 드디어 영화 '기생충'을 통해 연기의 포텐을 터뜨렸습니다.

기생충의 히로인 조여정은 칸의 레드 카펫을 밟았고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4관왕의 영광을 함께 했습니다. 세계적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기생충 속 조여정의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하루 내내 조여정에 대해 생각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지요. 데뷔 24년 만에 조여정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감동시킨 톱배우가 된 셈입니다.

한편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조여정은 수상소감을 통해 "연기는 내가 짝사랑하는 존재였다"라고 말해 감동을 주기도 했는데요. 영화 '기생충'에 대해 "꾸준히 일하는 과정에서 만난 작품일 뿐이다"라며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조여정은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무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을 두지 않더라도 배우로서의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최선을 다하는 중에 아카데미 4관왕과 같은 기적은 또다시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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