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광고 속 그 아줌마가 익순이라고?

'조각같은 미모'를 가져야만 배우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봉준호 감독은 배우 원빈에 대해 화려한 미모 때문에 "연기력이 과소평가된 배우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지요. 그렇다면 배우를 하기에 좋은 얼굴은 따로 있는 걸까요?

관객과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요즘, 배우들의 외모보다는 연기력이 우선 평가 대상이 되긴 하지만 연기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소위 '배우형 얼굴'이 있습니다. 어떤 배역을 맡아도 실제처럼 흡수하고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분위기의 얼굴을 말하는데요. 물론 그 역시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만 빛날 수 있습니다.

피로회복제 광고에서는 영락없는 육아맘의 모습이더니 또 지금은 막 사랑에 빠진 풋풋한 청년 그 자체. 배역에 따라 180도로 바뀌는 이미지 덕분에 나이부터 결혼 유무까지 그 무엇도 추측이 불가능하다는 주인공은 배우 곽선영입니다. 데뷔 후 10년간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던 곽선영은 드라마로 영역을 넓힌 지 2년여 만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현재 드라마 속에서 소령으로 출연 중인 곽선영은 어린 시절 경찰을 꿈꾸는 정의감 넘치는 소녀였습니다. 중학교 즈음부터 자신의 끼를 인지하고 가수를 하고 싶어 각종 오디션과 가요제에 참가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원하던 밴드부가 없는 바람에 대신 가입한 연극반에서 '연기자'라는 새로운 장래희망을 갖게 되었는데요.

자연스럽게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곽선영은 공연 연습을 직접 하고 무대에 올리는 제작실기수업에 빠져서 밤샘연습도 즐길 정도로 학교수업에 열중했습니다. 다만 학교에서는 학교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집과 학교만 오간 곽선영은 마지막 학기가 되어서야 첫 오디션에 도전했습니다.

사실 처음으로 도전한 오디션 작품 '달고나'에서 곽선영은 서류전형 불합격했는데요. 그에게 배우의 길은 운명이었을까요? 당시 담당자가 불합격자 서류를 합격서류인 줄 알고 합격통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고 가나다순으로 분류된 서류 가운데 맨 위에 있던 곽선영에게 합격통보와 면접 안내 전화를 했습니다. 이에 곽선영은 면접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오디션에 최종합격했습니다.

학창시절 주로 연극 무대에 섰던 곽선영은 우연한 계기로 뮤지컬 무대에 말을 들인 뒤 곧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특히 데뷔 초인 2007년 출연한 작품 '위대한 캣츠비'는 창작초연극이라 참고할 만한 기존 작품이 없었고 이에 캐릭터 분석부터 대본수정까지 직접 채워나간 덕분에 뮤지컬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이어 2007년부터는 '김종욱찾기'의 여주인공으로 꾸준히 활약했습니다. 2011년 공연에서는 아이돌그룹 초신성의 멤버 윤학과 호흡을 맞췄는데 공연 중 러브신에서 윤학의 소녀팬들이 "잡지마잡지마", "내려와내려와"라고 소리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기도 했습니다.

해당 작품 외에도 곽선영은 유난히 아이돌 멤버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습니다. 특히 2010년부터 참여한 뮤지컬 '궁'은 뮤지컬 배우로서 곽선영을 알리게 된 대표작을 꼽을 수 있는데요. 해당 작품은 SS501의 멤버 김규종과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함께 참여하면서 일본 공연까지 연일 매진을 이어갔습니다.

'궁'에서 여고생 역할을 하던 2011년 곽선영은 이미 28살의 나이였지만 연하의 아이돌 멤버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동안 외모를 자랑했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서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면서 '대학로의 미녀 캐릭터'의 대표가 되었지요.

늘 주인공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름보다는 작품 속 캐릭터로 남고자 했던 곽선영은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을 뽐냈습니다. '김종욱찾기'와 '빨래'와 같은 현대극은 물론 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 '러브레터'와 '줄리앤폴', '노트르담드파리'에서도 활약했습니다.

2014년에는 '글루미데이'에서 실존인물이기도 한 비련의 여주인공 윤심덕을 연기하는 동시에 드라마 '풀하우스'에서 송혜교가 맡았던 발랄하고 귀여운 역을 뮤지컬로 새롭게 그려내기도 했지요.

2014년 한 해에만 '글루미데이', '풀하우스', '살리에르', '러브레터' 등 4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곽선영은 데뷔 8년 만인 2015년 처음으로 연기 공백에 들어갔습니다. 그 이유는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위한 것이었는데요. 여전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 외모였지만 33살이던 2015년 곽선영은 비연예인인 남편과 결혼해 곧이어 출산했고 육아에 전념하느라 2년 반가량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이후 2017년 곽선영은 출산 전 참여했던 작품 '사의찬미'를 통해 복귀했습니다. 출산 전과 다름없는 미모를 과시하며 무대에 선 곽선영은 엄마가 된 이후에 "호흡이 편해졌고 연기에 여유가 생겼다"라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지요.

공백기 동안 육아에 전념하면서 아기가 너무 예뻐서 "공연을 안 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는 그는 정작 무대에 다시 서자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는데요. 복귀 후 두 번째 작품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소개하는 인터뷰를 통해 최종적으로 50대에 시작하더라도 꼭 영화를 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무대공연에 이어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2018년 한 피로회복제 광고에서 두 아들의 육아에 지친 엄마 역을 맡으면서 실현되었습니다. 그 시기 곽선영은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되는 때에 대해 "하루 일정을 분 단위로 쪼개서 육아와 살림, 연기활동까지 다 해낼 때"라고 말할 정도로 워킹맘의 고된 삶을 살던 중이었는데, 그 덕분인지 곽선영은 광고 속에서 리얼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를 통해 곽선영은 첫 드라마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해당 작품에서 곽선영은 성폭행 피해자 역을 맞아 열연했고 브라운관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출연한 작품은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송혜교의 비서이자 친구 역을 맡은 곽선영은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선보였습니다. 송혜교처럼 화려한 분위기는 아니면서도 '보통의 매력'을 가진 그는 주인공인 송혜교와 작품 전체의 흐름을 살리는 보물 같은 존재로 활약했지요.

뮤지컬 무대에서는 송혜교 못지않은 '로맨스퀸'으로 활약한데다 11년 연기내공이 드라마로 무대를 옮긴 후에도 여전히 빛난 덕분에 곽선영은 드라마 데뷔 1년 만인 2019년 드라마 'VIP'를 통해 서브주연으로 거듭났습니다. 해당 드라마에서 곽선영은 워킹맘의 고충을 애절하게 담아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나아냈습니다.

그리고 최근 조정석의 동생 '익순'이 된 곽선영은 워킹맘으로 활약하던 지난 작품 속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비둘기쇼를 선보이는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는 조정석 못지않은 데다 정경호와의 달달한 연애는 보는 이들의 연애세포를 자극하고 있지요.

10년간 뮤지컬 무대에서 여주인공 자리를 이어오면서도 배우로서 이름을 각인하기보다는 캐릭터로 기억되었다는 곽선영. '평범함'을 연기한 그의 매력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연기 스타일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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