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님 부르는 탑골선미 영상에 악플이 없는 이유

온라인 탑골공원을 아시나요? 8~90년대생들 사이에서 핫하다는 이곳은 다름 아닌 SBS에서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인데요. 20여 년 전 SBS 인기가요의 방송분을 실시간 스트리밍 해주는 SBS KPOP CLASSIC입니다. 오는 2020년 SBS 개국 30주년을 기념해 기획특집으로 마련한 해당 채널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호응으로 연일 화제로 모으고 있는데요. 채널을 개설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현재 구독자는 17만 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더불어 해당 채널의 인기는 구독자들의 센스 있는 드립이 난무하는 실시간 채팅창이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가수들과 닮은꼴을 연결 짓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스타들에게 뼈 있는 드립으로 팩트폭격을 날리기도 합니다.

한편 추억돋는 반가운 스타들이 등장할 때마다 바빠지는 채팅창에 갑작스러운 고요와 평화를 선사하는 스타가 있습니다. 선미와 닮은꼴로 꼽혀 탑골선미로 불린다는 이 가수의 채팅창이 댓글청정지역이 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서방님 부르던 여고생

저세상 드립이 난무한다는 탑골공원의 채팅창을 청정지역으로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이소은입니다. 탑골가요에 등장하는 이소은의 모습은 그의 최대 히트곡인 '서방님'을 부르는 모습인데요. 놀랍게도 '서방님'을 부르던 2000년 당시 이소은은 19살의 여고생이었습니다. 이소은은 당시에 대해 너무 어려서 곡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노래를 불렀다고 고백하기도 했지만 청아한 목소리와 청순한 비주얼은 곡에 딱 어울렸습니다.

이소은의 타고난 음색을 알아보고 가수로 발탁한 사람은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윤상인데요. 1996년 중2였던 이소은이 EBS 창작가요제에 참가한 모습을 보고 청아한 목소리에 반해 음반 제작을 권유한 것입니다. 윤상이 반한 목소리는 대중들의 마음도 사로잡았고 이소은은 '서방님' 외에도 김동률과 듀엣한 '기적', '욕심쟁이' 등 여러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음악만 아는 게 답답했다

고1 때 방송활동을 시작한 이소은은 고2 때 토플 만점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뒀고 방송활동이 학업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듯 당당하게 고려대 영문과에 입학했는데요. 2005년 4집을 끝으로 학업에 전념하더니 2009년에는 미국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가수 활동을 접고 로스쿨에 입학한 계기에 대해 이소은은 "가수나 연예계가 싫어서 떠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음악만 알고 지내는 게 답답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더 많은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는데요. 어린 시절 꿈이 특정 직업이 아니라 "유명해지고 싶다"였다는 이소은은 가수가 아닌 다른 분야를 통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고 합니다.


꼴찌라도 괜찮아

사회에 기본이 되는 법이라는 학문을 보다 깊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지만 로스쿨의 학업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입학 6주 뒤 치른 첫 시험에서 꼴찌를 차지했고 타지에서의 외로움까지 겹쳐 이소은은 우울증을 겪기도 했습니다. 눈물 콧물 쏟으며 절망에 빠진 그때 이소은에게 힘이 된 건 아버지의 든든한 지지와 응원이었는데요. 이소은의 아버지는 당시 이메일을 통해 "아빠는 너의 전부를 사랑하지. 네가 잘할 때만 사랑하는 게 아냐"라고 전했고 덕분에 이소은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시험까지 합격했습니다.

뉴욕의 한 로펌에서 근무했던 이소은은 지난 2015년 국제상업회의소(ICC)의 뉴욕지부 부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법조계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원하는 인권 분야에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다는 이소은은 현실의 벽에 부딪치긴 했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어떻게 하면 나답게 일을 할 수 있나, 나다운 커리어를 가꿔갈 수 있나'를 늘 고민하고 발견해 가는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음악이 주는 힘 믿어

여전히 무대가 그립기도 하다는 이소은은 2017년 복면가왕에 출연해 잠시나마 무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는데요. 국내 가요계에 복귀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지내고 있는 뉴욕에서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소은이 만든 해당 단체는 젊은 음악가들이 모여 같이 음악을 나누는 모임인데요. 연주와 예술, 와인이 함께해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로 입소문이 났고 The Newyorker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내 단점을 매력으로 봐주는 사람

고3 때 서방님을 부르던 소녀는 어느새 서른을 넘은 나이가 되었고 지난 2016년 12월에는 결혼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결혼식에는 이소은의 절친한 동료인 윤상, 김동률 등이 참석했고 이소은이 직접 축가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이소은은 2017년 진행한 인터뷰에서 결혼을 하니까 좀 더 편해졌다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너무 생각이 복잡하고 일을 벌여 놓고 수습이 안되는 등 스스로에게 가장 실망하는 부분을 오히려 가장 큰 매력으로 봐주는 남편이 있어서 행복하다며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더불어 자신은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데 반해 남편은 침착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잘 맞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마지막 직업 아니다

스스로를 열망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이소은은 음악과 법, 사랑 모두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인데요. 우연히 마주친 "삶은 내가 누군지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거야"라는 문구에 감명받았다는 여전히 자신만의 삶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현재의 직업이 자신의 마지막 직업이 아닐 거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재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늘 모든 것에 열려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가수에서 변호사로 변신한 이소은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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