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오지 말라고" 첫 주연 영화 찍고도 시사회 참석 못 했다는 여배우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지금과 같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이전 길거리 캐스팅은 연예인들의 일반적인 등용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중 길거리에서 찍힌 사진이 패션잡지에 실리면서 연예계에 입문한 스타들도 많은데요. 지금의 SNS 스타와 비슷한 루트라고 할까요?

다만 패션잡지를 통해 모델 일을 시작했다고 해서 이후 연예계 활동까지 승승장구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소속사의 체계적 관리나 홍보활동이 없었기에 스스로 힘으로 기반을 닦아야 하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등에서 억울한 상황을 겪기도 하지요.

대구 출신의 여대생 역시 서울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으로 운 좋게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요. 힘든 무명시절을 끝내고 처음으로 영화의 주연을 맡았지만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시사회도 참석하지 못 했다는 신인시절 사연이 안타까움을 유발합니다.

대학 1학년 시절 압구정동에서 찍힌 사진이 패션잡지에 실리면서 모델로 데뷔했다는 주인공은 배우 엄지원입니다. 공군 소령 출신의 아버지(엄이웅 회장)를 따라 대구에서 지내던 중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친언니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 들렀다가 우연히 사진이 찍힌 것인데요. 이 사진 덕분에 엄지원은 1996년 '존슨앤존슨'의 모델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대구방송의 리포터를 하면서 본격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데뷔 초기부터 연기활동에 욕심이 있었던 엄지원은 각종 드라마와 시트콤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경험을 쌓았고 1998년 MBC 시트콤 '아니 벌써'를 통해 첫 고정 배역을 따냈습니다. 동시에 리포터 경력을 살려 예능 프로 '사랑의 스튜디오'에서 보조 진행자로 활약하기도 했지요.

1999년에는 어린이 드라마인 '지구용사벡터맨'에서 라디아공주 역을 맡을 정도로 배역을 따지지 않고 연기활동에 열중한 엄지원은 차츰 방송인에서 연기자로 이미지를 바꿔갔습니다. 당시 엄지원과 함께 연기학원을 다녔다는 배우 한혜진은 물과 불, 그리고 개를 온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특이한 연기수업을 공개하며 열정 넘치던 신인시절 엄지원의 모습을 회상하기도 했지요.

덕분에 엄지원은 2002년 첫 주연을 맡은 아침드라마 '황금마차'가 시청률 20%를 넘기면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곽경택 감독의 영화 '똥개'에서 여주인공을 맡으면서 배우로서 확실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당시에 대해 엄지원은 소속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뽀글이 파마와 진한 화장을 하고 오디션장으로 향했던 기억을 회상하면서 "곽경택 감독님이 '똥개' 여주연을 신인으로 뽑는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오디션장으로 향했다"라며 열정을 드러냈고, 곽경택 감독 역시 "너가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러 왔을 때 '아 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촬영 내내 엄지원의 연기에 푹 빠졌다던 곽경택 감독은 정작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와 무대인사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필 개봉 직전 엄지원이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른 쪽으로 쏠릴 것을 걱정했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곽 감독은 7년여가 지난 후 한 예능 프로를 통해 "그때의 내 잘못된 처사가 너무 후회된다"면서 "아직도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시던 너의 아버지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라고 사과했습니다.

또 "그 후로 보란 듯이 여러 작품을 통해 느낌 있는 여배우로 이미지를 차츰 굳혀 나가는 너를 보며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라고 응원의 말을 덧붙였는데, 곽 감독의 바람대로 엄지원을 영화 '똥개' 이후 배우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습니다. 드라마 '폭풍 속으로'와 '매직'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고 영화 '주홍글씨'를 통해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의 자리에 올랐지요.

그리고 대중적 인지도 못지않게 배우로서의 욕심도 남달랐던 덕분에 2005년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극장전'을 통해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이후 엄지원은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메인 MC를 맡으며 리포터 시절의 이력을 넘어 금의환향했고, 동시에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열일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드라마 '싸인', '조작', '방법'과 영화 '경성학교:사라진소녀들', '더폰', '미씽:사라진여자' 등 미스터리 스릴러와 범죄 장르에서 유난히 강한 명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엄지원은 지난 2014년 건축가 오영욱과 결혼에 골인해 현재 결혼 7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당시 엄지원은 소설과 정이현의 소개로 남편과 처음 만나서 종교와 미술, 책 등 다양한 공통 관심사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이후 절친인 한혜진의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으며 열애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엄지원은 "결혼 계획은 아직"이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나 당시 남자친구였던 오영욱이 결혼 프러포즈를 위한 시집 '청혼:너를 위해서라면 일요일엔 일을 하지 않겠어'까지 발간하며 애정을 드러낸 끝에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또 결혼 당시 남편 오영욱이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현재 건축사무소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데다 여행 에세이집을 다수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이 전해져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남편 오영욱의 엄친아 캐릭터가 전해지면서 덩달아 엄지원 아버지의 남다른 이력도 함께 화제가 되었습니다.

공군소령 출신으로 포항시 부시장을 거쳐 경북 정무부지사까지 지낸 엄지원의 아버지가 현재 설계 감리 전문회사 한도엔지니어링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남편 못지않은 엄친딸"이라는 반응이 나온 것이지요.

엄친아와 엄친딸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부부는 현재 성수동과 연희동에 2층 꼬마빌딩 한 채씩, 그리고 신사동 가로수길에 8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 부부이기도 합니다.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대변하듯 엄지원은 자신의 유튜브채널을 통해 뉴욕에서 한 달 살이에 도전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지요.

결혼을 통해 한결 더 편안하고 여유를 찾은 듯한 엄지원은 최근 다작배우로 거듭났습니다. 올해 벌써 두 번째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는데요. 대기업 상무이자 최고령 산모 역을 맡았다는 엄지원은 출산경험은 없지만 "보편적 감정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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