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연기학원 보내준 할머니 덕분에 데뷔했다는 배우

오랜 무명생활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특히 절친한 동료들이 소위 '잘 나간다'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더 지치지 않을까요? 변요한, 류준열, 이동휘, 김고은 등 친한 동료들이 대세배우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는 배우가 있습니다.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어서야 빛을 보고 있는 배우, 이현욱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부, 수영부, 육상부, 탁구, 배드민턴까지 모든 운동부 생활을 섭렵했다는 이현욱은 배우가 아니라면 운동선수를 했으리라 자부합니다. 다만 중학교 무렵 '엄마 친구 아들'이 방송에 보조출연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과 함께 은근한 질투가 생겨서 부모님께 연기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랐는데요.

부모님은 형편상 비싼 학원비가 부담스러워서 선뜻 보내주시지 못했고 대신 이현욱은 할머니께 부탁해서 부모님 몰래 연기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실제로 이현욱은 고등학교 시절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손주의 학원비를 대주시는 할머니를 생각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연기공부를 했고 덕분에 안양예고를 거쳐 한예종까지 연기지망생의 모범코스를 통과했습니다.

영화 표적(2014)

"하고 싶은 거 마음 편히 지원 못해준다"면서 미안해하신 부모님께 "원망하지 않는다"면서 되려 "위기를 빨리 맞은 게 도움이 됐다"라고 답한 이현욱은 졸업 후 동기와 선배들이 배우로서 주목받는 동안 단편영화와 연극무대에서 작은 배역을 맡아 무명생활을 하면서도 정신적으로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2016년 영화 '섬, 사라진사람들'에 출연할 때는 친한 동료인 류준열과 함께 촬영했는데, 불과 몇 달 후에 드라마 '응답하라1988'을 통해 류준열이 대세배우가 된 후에도 부럽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그 친구가 오래 노력한 것의 결과를 본다고 생각해서 조급하지도 않았다"라는 이현욱은 그보다 앞서 일일드라마에서 큰 배역을 맡아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직후 연기를 그만둘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 사랑만할래(2014)

드라마 '사랑만 할래'를 통해 연기호평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시기인데, 주로 독립영화에 참여하던 이현욱이 상업작품이나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서 연기하는 방식이나 캐릭터 표현, 대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무척 힘겨웠던 것이지요.

다행히 연기를 포기하려는 이현욱을 잡은 것은 선배 오만석이었습니다. 오만석의 추천으로 시작한 연극 '트루웨스트'를 통해 이현욱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꾸준히 연극무대에 오르면서 연기를 진심으로 즐기게 되었습니다.

연극 올드위키드송(2016)
연극 유도소년(2017)
연극 프라이드(2019)

스스로 연기를 즐기게 되자 보는 이들 역시 이현욱의 연기에 빠져들었습니다. 대학로에서 이현욱은 수많은 여성팬을 거느리는 아이돌 못지않은 스타가 되었는데요.

드라마 타인은지옥이다(2019)

이후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대중들에게 '저 배우 누구지?'라는 궁금증과 함께 '더 보고싶다'라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라이징 배우가 되었습니다. 해당 드라마에서 이현욱은 단 2회 만에 하차하는 역할이었지만 드라마 종영 이후까지도 회자되는 인상 깊은 연기를 남겼지요.

드라마 써치(2020)
영화 살아있다(2020)

그리고 이현욱은 기다렸다는 듯이 현대물과 장르물,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그간 쌓아온 연기내공을 폭발시켰습니다. 드라마 '써치'에서는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특임대 부팀장 역을 소화했고 영화 '살아있다'에서는 독보적인 캐릭터의 소유자 유아인 옆에서도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서 "로맨스도 된다"는 것을 입증한 이현욱은 곧이어 드라마 '마인'으로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을 이어가는가 싶더니 방영 6회 만에 대반전을 선보이면서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드라마 마인(2021)

덕분에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는데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현욱의 놀라운 연기 변신을 앞으로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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