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하면 '납득이'지! 캐스팅계 '신의 한 수'로 불리는 신스틸러 조연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오로라공주'에서 남자 주인공인 황마마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하차하고 서브 남주였던 설설희가 여자 주인공 오로라와 결혼에 골인한 내용은 두고두고 레전드로 남아 있는데요. 이렇듯 작가가 대놓고 주인공을 바꿔버린 상황이 아니더라도 조연이 주연보다 더 주목받는 사례는 꽤 많습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큰 비중의 배역이 아니더라도 짧은 장면 속 인상 깊은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영화판에서는 배우를 잘 캐스팅하면 영화가 저절로 굴러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배우들의 캐스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캐스팅계 '신의 한 수'로 불렸던 신스틸러, 빛나는 조연들을 만나볼까요?


영화 범죄도시
위성락 役 진선규

영화 '범죄도시'는 배우 진선규에게 20년 가까운 무명생활을 단번에 정리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인데요. 영화 범죄도시의 입장에서도 진선규는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캐스팅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진선규는 해당 영화의 오디션에서 한차례 탈락했는데요. 20년 차 배우 진선규의 진면목을 알고 있던 스태프들이 감독에게 다시 한번 진선규를 추천했고 덕분에 두 번째 오디션의 기회를 잡은 진선규는 삭발까지 감행한 끝에 오디션에 합격했습니다.

실제 촬영에 들어간 이후 진선규는 20년 연기 내공을 모두 쏟아냈고 너무 사실적인 연기를 한 탓에 실제 연변 출신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대중적 인지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청룡영화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남우조연상을 타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이후 극한 직업, 사바하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제1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요.


영화 타짜
아귀 役 김윤석

영화 '타짜'는 명배우들의 집합소였는데요. 특히 아귀 역을 맡은 김윤석은 당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최동훈 감독이 캐스팅 1순위로 꼽아 공들인 배우입니다. 최동훈 감독은 앞서 김윤석의 연극을 보고 반해 자신의 영화에 꼭 캐스팅을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타짜를 통해 이를 실행했고 김윤석 역시 감독의 기대를 넘어서는 완벽한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사실 김윤석은 캐스팅 당시 유해진이 맡았던 고광렬 역을 맡을 줄 알았다며 아귀 역을 맡았을 때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걱정과 달리 아귀가 없었으면 타짜는 팥 없는 팥죽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대사 하나하나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그의 연기력은 단연 최고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패러디를 낳기도 한 아귀 덕분에 김윤석은 2007년 영화 연기대상, 대종상, 부산영화평론가 협회상에서 남우조연상을 타게 되며 이후 충무로의 믿고 보는 대표적인 배우로  우뚝 서게 됩니다.


영화 건축학개론
납득이 役 조정석

건축학개론을 통해 미모로 가장 집중 받은 배우가 수지라면 연기로 가장 집중 받은 배우는 바로 '납득이' 조정석일 텐데요. 영화 속 납득이는 재수생에 공부와는 거리가 멀고 연하의 여학생들만 꼬시며, 말 잘하고 자신이 연애고 수인 줄 알고 연애상담을 해주는 전형적인 조연의 캐릭터입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캐릭터 설정은 이전에도 많았는데요. 다만 조정석이 자신만의 색깔로 잘 그려낸 덕분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조정석은 납득이 캐릭터에 대해 영화 '넘버 3' 속 송강호의 연기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색깔로 연기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더불어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도 7kg 증량해서 납득이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하네요. 덕분에 납득이는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멜로 장르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며 압도적인 캐릭터가 되었는데요. 조정석 역시 해당 영화 이후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계에서 주로 활동하던 것을 넘어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급으로 발돋음하게 되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박창우 役 김성균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지금 보면 모두 주연급인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해 놀라움을 주는 작품인데요. 당시 영화 제작기간의 반 이상이 캐스팅에 쓰일 정도로 캐스팅 전쟁을 치른 결과 보석 같은 배우들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당시 캐스팅 기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주연, 조연, 단역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우가 네이티브 수준의 부산 사투리를 구사할 것. 둘째, 얼굴 생김새와 전체적인 분위기가 80년대 느낌이 날 것.

위의 두 가지 캐스팅 기준에 완벽히 일치하는 배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배우 김성균인데요. 영화 속에서 하정우의 오른팔인 박창우 역을 맡아 열연한 김성균은 놀랍게도 범죄와의 전쟁이 영화로서 첫 데뷔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배인 최민식을 거침없이 때리고 구덩이에 파묻는 연기까지 완벽하게 해낸 것이지요. 덕분에 그해 김성균은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한국 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상을 받고 무려 6관왕을 하며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조범석 役 곽도원

곽도원 역시 범죄와의 전쟁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관객의 뇌리에 박힌 배우 중 하나인데요. 곽도원은 해당 작품을 맡기 전까지 대중적 인지도는 물론 영화계에서도 무명이었습니다. 때문에 영화 '황해'를 통해 곽도원과 함께 작업한 나홍진 감독이 윤종빈 감독에게 곽도원을 추천했을 때 많은 이들이 반대하고 나섰는데요. 최민식 역시 영화 초반 흐름을 끌고 가야 하는 검사 역할에 검증되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다만 실제 촬영에 들어간 이후 분위기는 반전되었는데요. 곽도원이 첫 촬영을 마치고 회식자리에서 최민식은 "도원아 오늘 정말 많이 배웠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지요. 실제로 영화가 상영된 후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는데요.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는 '검사 역할 맡은 배우 누구냐', '진짜 무서워서 소름 돋았다'라는 등 강렬한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곽도원은 충무로에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알려져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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